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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고물가에 고환율은 엎친 데 덮친 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28 18:51

수정 2022.04.28 18:51

이창용 한은 총재 딜레마
선거 앞두고 금리 올릴까
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원화 환율은 연일 달러 대비 치솟고 있다. 사진=뉴스1
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원화 환율은 연일 달러 대비 치솟고 있다. 사진=뉴스1
원화 환율이 연일 치솟고 있다. 28일 원화는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272원을 넘어섰다.
1270원대 진입은 2년1개월 만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필요한 경우 시장안정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구두개입했으나 소용없었다. 그만큼 원화 환율 오름세(가치는 하락)가 견고하다는 뜻이다. 환율이 오르면 물가를 자극한다. 원유를 비롯해 우리가 수입하는 제품 값이 그만큼 오르기 때문이다. 고물가가 우려되는 마당에 원화 환율 상승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홍 부총리는 "달러를 제외한 여타 주요 통화들도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절하 폭은 엔화나 유로화 등에 비해 심한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초 대비 변동만 보면 그렇다. 그러나 1년치를 놓고 보면 원화만 약세를 보이는 게 아니라거나 절하 폭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안심할 수 없다. 28일 기준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1년 전에 비해 15% 가까이 떨어졌다. 같은 기간 엔화는 약 20%, 유로화는 13%가량 떨어졌다. 반면 중국 위안화는 1.8% 남짓 움직였을 뿐이다.

문제는 강달러 추세가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5월 초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6월엔 한꺼번에 0.75%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이 예상된다. 이 전망대로라면 연말 미국 금리는 3%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미국 돈값, 곧 달러 가치가 뛴다. 연준의 잇단 금리인상은 곧 추가적인 원화 약세를 뜻한다. 연준은 지난 3월 소비자물가가 8%를 웃돌자 화들짝 놀랐다. 달러 강세는 물가를 누르는 효과가 있다. 연준으로선 달러 강세 기조를 바꿀 이유가 없다.

원화를 엔화와 비교하는 것도 적절치 못하다. 일본은행은 28일 금리를 다시 동결했다. 한국은행이 작년 8월부터 네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모두 1%p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물가가 안정적이다. 일본은행은 여전히 소비자물가 2%를 목표로 통화정책을 편다. 이 바람에 미국과 일본 금리차가 벌어졌고, 이것이 엔화 약세를 부른 근본 원인이다.

우리는 물가가 꿈틀대고 있어 일본처럼 금리를 동결할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미국을 따라 금리를 자꾸 올리려니 성장이 걱정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창용 총재가 처한 딜레마다. 이 총재는 지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인기는 없더라도 (금리인상) 시그널을 줘서 물가가 더 크게 오르지 않도록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금리인상은 단순히 인기가 없는 정도가 아니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과 여론의 강한 압력을 견디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당장 금융통화위원회는 5월 26일 회의를 열어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총재는 물가에 전념하겠다고 다짐했다. 금리를 올리면 환율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지금처럼 물가와 환율이 불안할 때 중앙은행 총재가 갖춰야 할 최대 덕목은 배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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