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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마스크 벗는 시기마저 신·구 정권 갈등이라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29 12:41

수정 2022.04.29 13:05

김부겸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대본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뉴스1
김부겸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대본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신·구 정권 갈등이 마스크로 번졌다. 29일 김부겸 총리는 5월2일부터 야외 마스크 프리를 선언했다. 김 총리는 "일부에서 우려도 있었지만 국민들의 답답함과 불편함을 계속 외면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50명 넘게 모이는 집회, 행사, 공연, 경기장에선 지금처럼 마스크를 써야 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실외 마스크 프리 정책에 대해 "정치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옹호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즉각 비판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오늘(29일)도 확진자가 5만명, 사망자가 100명 이상 나왔다"며 "어떤 근거로 실외 마스크 착용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인지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인수위 홍경희 부대변인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모든 것은 과학에 기초를 둬야 한다"며 "서로 협조가 잘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인수위로선 화가 날 법도 하다. 지난 27일 안 위원장은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를 발표하면서 "5월 하순 정도에 상황을 본 뒤, 새 정부 출범 30일 내 '실외 마스크 프리' 선언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안 위원장은 코로나 방역에 일가견이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실외 마스크 프리 시점을 5월2일로 못박아 발표를 강행했다. 안 위원장은 29일 "(방역 성과) 공을 현 정부에 돌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방역 정책의 소비자는 국민이다. 정권 교체기에 정부와 인수위가 마스크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참 볼썽사납다. 3·9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뒤 양측은 사사건건 마찰을 빚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나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은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마스크를 쓸지 말지는 국민안전에 관한 문제다. 정부와 인수위,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런 이슈조차 사전에 조율하지 못하는 한국 정치의 수준이 부끄럽다.

 
양쪽이 티격태격하는 동안 정작 국민은 혼란스럽다.
다음주부터는 밖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좋은가? 아니면 새정부 지침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국민보건은 정권 교체와 상관없는 일이다. 협치가 필요한 분야를 꼽는다면 단연 보건이 1순위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양쪽이 이견을 조율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마스크 단일 정책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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