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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시간 사이 무슨 일 있었나…제주 영아 투약사고 논란 증폭

뉴스1

입력 2022.04.30 07:31

수정 2022.04.30 14:18

제주대학교병원 전경.(제주대학교병원 제공)© 뉴스1
제주대학교병원 전경.(제주대학교병원 제공)© 뉴스1


제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28일 오후 제주대학교병원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물품을 옮기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월 코로나 확진 후 사망한 12개월 영아 치료 과정에서 약물 과다투약 사고가 있었다고 보고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이다. 2022.4.28/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28일 오후 제주대학교병원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물품을 옮기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월 코로나 확진 후 사망한 12개월 영아 치료 과정에서 약물 과다투약 사고가 있었다고 보고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이다. 2022.4.28/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 첫 영유아 코로나19 사망자로 기록된 두 살배기의 병원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약물 투약사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병원이 인정한 확실한 투약 오류에다 늑장보고, 의무기록 삭제 정황까지 줄줄이 드러났다.


경찰은 "각종 의혹에 대해 광범위하게 조사한다"고 밝히며 수사 확대를 예고했다.

◇ 피해자 거쳐간 4개 병동…하루 사이 무슨 일 있었나

30일 제주경찰청과 제주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사망한 A양은 지난달 10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치료 중 상태가 악화해 이튿날인 11일 제주대병원에 입원했다.

A양이 확진 판정을 받은 날 제주 지역 확진자 수는 총 4289명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던 시기였다.

A양 입원부터 사망까지 병원 내 동선을 살펴보면 A양은 11일 새벽 응급실로 내원했다.

이후 일반 병동에서 코로나 병상으로 전환돼 운영되던 병동으로 옮겨졌다.

문제의 투약 사고가 발생한 곳이 바로 이 병동이다. 담당 간호사는 이곳에서 에피네프린을 호흡기로 흡입하도록 투약하라는 의사 처방과 달리 성인에게도 과다한 양인 5㎎을 정맥주사로 투약했다. 에피네프린을 직접 주사할 경우 소아 적정량은 0.1㎎으로, 50배가 넘는 양이 한 번에 투입된 것이다.

에피네프린은 기관지 확장과 심정지 시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킬 때 사용되는 약물이다.

당초 제주대병원 측은 투약사고가 A양 사망 당일인 12일 이뤄졌다고 설명했지만, 11일 사고가 발생했다고 번복했다.

제주대병원 자체 조사 결과 병동 간호사들은 투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A양 상태가 악화하자 투약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의료진들은 A양 상태가 더 심각해지자 A양을 같은 층 다른 병동으로 옮겼다.

이 병동 역시 일반 병동에서 코로나 병상으로 전환된 곳으로, 당시 코로나 환자 없이 비어있어 의료진들이 병동을 옮겨 처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이 마지막으로 옮겨진 곳은 코로나 중환자 치료를 담당하는 음압중환자실이다. 입원 당일 몇 시간 사이 일반 병동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진 A양은 이곳에서 치료를 받다 다음날인 12일 오후 숨졌다.

제주대학교병원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의사 처방과 달리 투약이 이뤄졌다"며 투약사고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 왜 의료기록지를 수정했나…경찰 조사



경찰은 투약사고 당일 작성된 의료기록지가 두 차례 수정을 거치며 처방과 투약 오류 내용이 삭제된 정황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의료기록지는 병동에서 어떤 처방이 있었는지, 환자 상태는 어떤지 등 환자가 이동하는 다른 병동 의료진들에게 인수인계하는 차원의 문서다.

제주대병원에 따르면 문제의 의료기록지는 투약사고가 발생했던 당일인 지난달 11일 A양을 다른 병동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작성됐다.

11일 오후 6시58분쯤 작성된 의무기록지에는 오후 5시45분부터 A양이 숨을 가쁘게 쉬고, 울지 않는다는 내용과 함께 의사 처방과 투약 오류 내용이 사실대로 적혀있었다.

하지만 2시간 뒤인 오후 9시59분 해당 의무기록에서 의사 처방 내용이 삭제됐고, A양이 사망한 후인 12일 오후 9시13분쯤엔 간호사 처치 내용까지 사라졌다.

26시간 15분 사이 2번의 수정이 이뤄진 셈이다.

제주대병원 측은 "약물사고가 있었던 병동을 담당한 간호사 중 한 명이 작성한 게 맞고 두 차례에 걸쳐 수정된 이력도 확인됐다”며 “의무기록은 수정 이력이 그대로 남는 시스템이고, 수정 사유 등은 경찰 조사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지난 28일 공식사과 입장을 밝혔던 기자회견에서 의료진의 사고 은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던 바 있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약 오류 사실이 담긴 의료기록지 원본을 누가, 왜 수정했는지 역시 의료 과실 혐의와 더불어 경찰 조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경찰은 의료기록지 수정에 직접적으로 가담한 의료진 뿐 아니라 원본을 열람한, 즉 투약 오류 사실을 미리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는 의료진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의료진들이 투약사고를 인지하고도 나흘이나 지난 16일에야 병원 측에 늑장보고한 정황에 대한 수사도 진행된다. 병원 측의 사태 파악이 늦어지며 유가족은 아기 사망 13일 후인 지난달 25일에야 투약사고 사실을 알게 됐다.

의료진들이 병원 측에 투약오류를 보고한 날은 이미 A양 장례까지 끝난 상황이었다.
당시 심근염에 의한 사망이라는 의사 소견이 있었고, 제주도 방역당국에도 코로나 사망자로 보고돼 부검 절차도 진행되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 28일 제주대병원 압수수색을 마치고 "각종 의혹과 관련해 추가적인 범죄가 드러난다면 혐의와 입건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전방위적인 조사를 예고한 상태다.


현재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입건된 의료진은 의사 2명, 간호사 9명 등 총 1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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