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가상인간 전성시대③]'불쾌한 골짜기 넘었다' 제작기술 어디까지 왔나

뉴시스

입력 2022.05.01 07:30

수정 2022.05.01 07:30

기사내용 요약
'사이버가수 아담', 사람보다 인형에 가까워…기술력 진일보
가상인간 정체 숨긴 로지…직접 공개 전까지 안 들켜
영상서도 등장하는 가상인간…'발화' 어색함은 숙제
AI 두뇌 탑재한 '똑똑한 가상인간' 개발 본격화

1990년대 말 등장했던 사이버가수 아담(왼쪽)과 최근 '버추얼 아티스트'로 데뷔한 스마일게이트의 가상인간 한유아. (사진=유튜브·CJ ENM) *재판매 및 DB 금지
1990년대 말 등장했던 사이버가수 아담(왼쪽)과 최근 '버추얼 아티스트'로 데뷔한 스마일게이트의 가상인간 한유아. (사진=유튜브·CJ EN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가상인간들이 주로 모델·가수 등 엔터테인먼트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뭘까. 대중이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외형을 쉽게 만들 수 있고, 과거 논란·인성 논란 등에서 자유롭다는 장점 때문이다.

관련 제작 기술의 발달로 최소한 디지털 공간에선 실제 인간모델과 구분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또다른 주된 이유로 꼽힌다.

사실 가상인간이 등장한 건 꽤 오래 전 일이다. 우리나라에선 1990년 말 등장한 사이버가수 '아담'이 가상인간 원조로 불린다. 당시 20만장이 넘는 앨범이 팔려나가며 전례 없던 인기를 누렸다.



◆ '불쾌한 골짜기' 넘은 제작 기술…쟤 가상인간이었어?

요금 활동 중인 가상인간 모델들은 '아담'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아담'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게 많았다면 요즘 가상인간들은 실제 인간과 거의 흡사하다.

이른바 가상인간 제작 기술이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1970년대 로봇공학계에 등장한 '불쾌한 골짜기' 이론은 인간이 로봇과 같이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그 존재가 인간과 비슷할수록 호감을 느끼지만, 유사성이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이 호감도를 그래프로 표현해보면 인간과 유사해질수록 쭉 우상향 하던 것이 어느 순간 골짜기처럼 푹 꺼지게 된다는 것이다.

아담의 경우 인간의 외형이지만 '인형'에 가까워 '불쾌한 골짜기'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요즘 가상인간들은 아예 이 골짜기를 훌쩍 넘어 평범한 인간에 느끼는 호감도에 다가서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실제로 로지가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로 첫 활동을 시작했을 당시 로지가 실존하는 신인 모델로 착각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제작기술이 진화됐다는 얘기다. 아담의 경우에는 20세기 당시의 CG(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구현돼 실제 인간보다는 애니메이션에 가까웠지만 최근 등장하는 가상인간들에게는 훨씬 진일보한 기술들이 적용되고 있다.

가상인간 로지. 쉐보레 광고로도 활동했다. 데뷔 당시 로지를 신인 모델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재판매 및 DB 금지
가상인간 로지. 쉐보레 광고로도 활동했다. 데뷔 당시 로지를 신인 모델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재판매 및 DB 금지


로지의 경우에는 딥페이크 기술과 3D 합성기술을 이용해 MZ세대가 선호하는 외모를 현실적으로 반영하는 데 성공했다. 스마일게이트의 '한유아'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얼굴 데이터를 AI(인공지능)가 지속적으로 학습해 최적의 얼굴을 도출한 뒤 3D 합성기술로 구현했다고 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1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LG전자의 김래아는 모션 캡처 작업을 비롯해 딥러닝 기술을 통한 3D 이미지 학습, 자연어 학습기술 등이 총동원됐다. 이러한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김래아는 CES 행사에서 영어로 연설을 진행하며 놀라움을 사기도 했다.

온마인드가 제작한 '수아'는 국내 최초로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가상인간이다. 명령을 내리면 3차원 공간에서 가상인간이 실시간으로 동작하는 기술이다. '유니티'의 게임엔진에 가상인간 개발 능력을 접목했다. 수아의 머리카락을 더 사실적이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AMD와 손잡고 '헤어 시뮬레이션' 기술도 적용했다.

이처럼 최근 활동 중인 가상인간들은 적어도 외형적인 면에서는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서며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가상인간들의 활동 영역이 SNS에서 영상 영역으로도 확장돼나가면서 '발화(發話)' 엇박자 등 새로운 문제들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로지의 인터뷰나 김래아의 연설을 보면 말을 할 때의 부자연스러움이 강하게 느껴진다. 입 모양까지도 실제 음성에 맞춰 움직이는 것은 분명 비약적인 발전이지만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싱크로율이 떨어지고, 이러한 부자연스러움이 말을 하면서 취하는 몸짓까지도 어색하게 만든다. 특히 사람과 너무 비슷하다는 점이 발화의 어색함을 더 돋보이게 하는 '독'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가상인간 제작업체 관계자는 "가상인간의 발화 시 싱크로율 문제 개선을 위한 추가 개발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내부 검증뿐만 아니라 외부에 드러나는 활동을 통해서도 다양한 검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 스스로 생각하는 디지털 휴먼 탄생할까

가상인간 기술은 AI 기술과 결합되면서 더욱 빠르게 진화할 전망이다. KT는 딥브레인 AI와 손잡고 인공지능 두뇌를 탑재한 가상인간 개발에 착수했다.
실제 사람과 같은 외모에 인간과 대화까지 이어갈 수 있는 가상인간을 만드는 게 목표다. 장세영 딥브레인AI 대표는 “AI 휴먼 기술은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궁무진한 확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영상, 사진, 음성을 합성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말하는 가상인간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