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무역수지 또 적자, 가볍게 볼 일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01 18:07

수정 2022.05.01 18:07

기름값 뛰자 만성화 조짐
韓 신인도에 악영향 우려
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1
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1
무역수지가 다시 적자를 기록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무역수지는 26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3월(1억1500만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적자다. 연초부터 따지면 2월 반짝 흑자(8억9000만달러)를 빼고 적자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수출은 잘 된다. 그런데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늘면서 적자 폭을 키웠다.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국제 원자재와 농산물 값이 다락같이 올랐다. 한국은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한다. 밀 등 곡물도 마찬가지다. 원자재와 농산물은 값이 올라도 수입을 줄일 수 없다. 당분간 구조적인 무역적자, 나아가 경상수지 적자가 우려되는 이유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일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삼중고 현상을 맞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물가, 고금리에 고환율(가치는 저하)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무역적자까지 겹치면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무역수지는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20여년 전 외환위기 사태에서 보듯 경상수지 적자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상수지 적자 누적은 외환보유액을 축낸다. 달러 고갈 조짐이 보이면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아직은 괜찮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경상수지는 64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22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1년 전과 비교하면 흑자폭이 16억달러 넘게 줄었다. 수입 증가 속도가 수출 증가 속도를 능가했기 때문이다.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원인이다. 3월 이후 경상수지 통계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다소 성급한 감은 있으나, 이때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의 물꼬를 트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통화스와프는 여차하면 미국에서 빌려 쓸 수 있는 달러 비상금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직후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와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 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 계약은 지난해 말에 끝났다.

지금 세계 경제는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고 현상 지속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나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 늪에 빠질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올 하반기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럴 땐 안전망 확보가 필수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든든한 동아줄이 될 수 있다.

재차 강조하지만 당장 한국 경제에 위기 징후가 보이는 것은 아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 "한국은 가장 강력한 경제성장률 전망을 보이는 고소득 국가 중 하나"라는 평가도 내렸다.
다만 무역적자가 만성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미리 다각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