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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 꿈꾸다 파산 신청… 손절·버티기 기로에 선 영끌족 [버블이 꺼진다.. 재테크 빙하기]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01 19:04

수정 2022.05.01 19:04

예상보다 길어진 '러·우크라 전쟁'
美 연준 '자이언트 스텝' 예고 등
자산시장 초불확실성에 약세 지속
전문가 "당분간 현금 비중 늘리고 경기방어·고배당·퀄리티株 주목"
#1. 직장인 허모씨(40대)는 1일 가상자산 거래소 앱을 켰다가 깜짝 놀랐다. 지난 금요일 820원대에 거래되던 리플(XRP)이 7% 이상 하락한 760원대에 거래되고 있던 것. 허씨는 "지금 같은 분위기면 가을에 투자수익으로 가려고 했던 가족여행을 취소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 주식에 투자한 김모씨(30대)도 주말 내내 좌불안석이다. 4월 29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지수가 4% 넘게 폭락했다는 소식에 월요일 주식창을 켜기 두렵다. 지난해 말 테슬라와 애플 등 미국 기술주와 국내 대형주 중심으로 투자했지만 수익률은 각각 -33%, -18%로 처참하다. 김씨는 "물타기(주식이 하락할 때 추가로 매입해 평균매입단가를 낮추는 것)도 무서워 오를 때까지 버틸 수밖에 없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3. 지난해 파이어족(경제적 자유·조기은퇴)을 꿈꾸며 재테크에 올인한 이모씨(40대)는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개인 파산 및 회생과 관련한 문의글을 올렸다. 제2금융권에서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과 코인에 투자했지만 2억6000만원의 빚만 남았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지난해 9억원대 중반에 매수한 인천 청라국제도시 전용 84㎡는 7억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주식과 부동산 모두 상투를 잡은 것 같아 허탈하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미국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명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집값이 급등하면서 주목받았던 인천 청라국제도시와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등 수도권 외곽 지역 아파트 값 역시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부동산 커뮤니티도 침울한 분위기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자산시장 호황장으로 투자를 쉽게 생각했다'며 올 들어 러시아 전쟁에 연이어 금리인상 예고로 하락장까지 모든 게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 대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 등 각종 악재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긴축 본격화에 따라 모든 자산이 오르는 '재테크 호황기'에서 '재테크 빙하기'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는 "최근 몇 년간 초저금리가 자산가격 상승을 부추기면서 미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지난해 초 23~24배까지 상승했다가 올해 초 20~21배까지 내려왔다"며 "역사적 평균이 18배이고 20배를 넘어선 적이 거의 없는데 그만큼 지금의 자산시장 버블이 유례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넘어가는 과정"이라며 자산시장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금 자산시장이 당면해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은 가파르게 오르는 금리와 경기둔화"라면서 "러시아발 전쟁이나 주변국 움직임에 따른 정책 변화도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며 시장을 누르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엔 금리인상 우려가, 하반기와 내년엔 경기둔화 영향이 반영되기 때문에 자산시장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임태섭 성균관대 교수 역시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연착륙 확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반등, 달러 약세, 기업 실적개선, 경상수지 개선 등 국내 증시가 오를 수 있는 4가지 조건들이 모두 충족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증시전망 역시 좋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동성(현금) 비중을 늘리면서 필수소비재와 헬스케어 등 경기방어주, 배당주, 퀄리티주 위주로 담을 것을 조언했다.

이남우 교수는 "단기매매하는 경우 현금비중을 늘리는 게 좋고 3~5년 이상 장기투자하는 경우 투자 포트폴리오의 3분의 1은 방어적 성격의 필수소비재와 헬스케어주, 배당수익률이 2~3% 이상 되는 배당주와 퀼리티주를 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펀더멘털을 냉정히 평가해 신용리스크가 높은 종목은 정리하고, 기본적으로 불황에 견딜 수 있는 삼성전자 등 우량주와 현대차 같은 자동차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김태일 정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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