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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아마존 쇼크, 강 건너 불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02 18:03

수정 2022.05.02 18:03

코로나 이후 격변기 진입
기업 생존전략 다시 짜야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4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주가가 폭락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너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4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주가가 폭락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너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아마존은 코로나19 팬데믹 최대 수혜기업 중 하나일 뿐 아니라 그 이전부터 뛰어난 성장세로 주가가 훨훨 날았던 기업이다.
그랬던 아마존이 1·4분기 38억달러(약 4조80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적자는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매출 증가율은 닷컴버블이 절정이던 2000년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쇼크로 아마존 주가는 지난 주말 14% 폭락했다. 창업자이면서 최대주주인 제프 베이조스는 하루 새 205억달러(약 26조원)를 잃었다.

아마존 쇼크는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빅테크 기업까지 엄습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기차업체 리비안 투자에서 큰 손실을 본 이유도 있지만, 대외요인 충격이 예상보다 컸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난주 뉴욕 증시는 아마존뿐 아니라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빅테크에 매도세가 한꺼번에 몰렸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행보, 끝이 안 보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봉쇄령 후유증을 둘러싼 우려가 빅테크 기업들의 발목까지 잡을 정도로 심각해졌다는 뜻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올 들어 25조원 넘게 증발했다. 네이버는 1·4분기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으로 30만원대 지지선이 무너졌다. 카카오도 예전의 활력을 잃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누리던 특수가 사라지는 가운데 위력적인 대외변수가 겹쳐서 일어나는 바람에 혁신기업이 짓눌리고 있다.

험난한 국제정세, 스태그플레이션 등 복합위기 경고음은 국내 제조업, 주력기업들까지 위협한다. 삼성전자는 1·4분기 역대급 실적을 거뒀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새로운 먹거리로 힘을 쏟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는 대만 선두업체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진 상황이다. 현대차도 1·4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지만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00원 선을 향해 가고 있다. 기업들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감에 현금비축을 늘리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일 발표한 '코로나19 전후 100대 기업 경영성과' 결과를 보면 지난해 말 이들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104조원대로, 2019년 말 대비 16.6%나 늘었다. 순차입금도 계속 증가세다. 투자를 미루고 현금만 쌓고 있는 것이다.

2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엄혹한 시기, 막중한 책임감"을 언급했다. 추 후보자는 "민간, 시장, 기업 중심의 경제운용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저성장 고리를 끊겠다"고 했다. 새 정부 관계자들이 누차 밝혔던 바다. 저성장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이보다 나은 대안은 없어 보인다.

중요한 건 실행력이다.
아마존에 닥친 어려움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위기의 순간마다 놀라운 저력을 보여줬던 우리 기업들은 다시 신발끈을 묶어야 한다.
과감한 혁신과 창의력을 발휘해야 지금의 파고를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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