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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국정과제에 쓸 돈 209조원, 재원 조달은 엉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03 18:01

수정 2022.05.03 18:01

재정지출 혁신만으론 한계
전임정부 실수 되풀이할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으로부터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전달 받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으로부터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전달 받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일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안철수 위원장은 윤 당선인에게 이를 전달했다. 무엇보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문재인 정부는 정부 몸집을 불렸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기업 자율을 강조하면서 정부는 규제개혁 등 제도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다.

맞는 방향이지만, 규제혁신이 말처럼 쉽지 않을 거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보수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도 틈날 때마다 규제를 풀겠다고 다짐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민원인을 직접 상대하는 현장 공무원, 규제입법을 쏟아내는 국회를 견제하지 못하면 말짱 헛일이다. 재계는 현행 포지티브 규제 체계를 네거티브 체계로 180도 전환하길 바란다. 네거티브는 몇 가지만 묶고 나머지는 다 풀어주는 방식이다. 옛날 알렉산더 대왕은 얽히고설킨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끊었다. 윤 당선인이 이 사례에서 교훈을 얻길 바란다.

110대 과제는 윤석열 정부가 국민에게 제시한 정책 청사진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 장밋빛으로 물든다. 특히 재원 조달이 그렇다. 인수위는 국정과제 이행에 들어갈 돈을 209조원으로 추산했다. 이 돈은 "강력한 재정지출 재구조화와 경제성장에 따른 세수 증가 등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증세는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동시에 인수위는 재정 정상화와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약속했다. 209조원을 더 쓰면서 재정건전성도 확보하겠다는 다짐은 상호 모순적이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따라 하면 안될 반면교사다.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매년 27조원씩 5년간 135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공약가계부를 내놨다. 이때도 강력한 세출 구조개혁,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증세 없이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중 하나도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2017년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소요 재원으로 연평균 35조6000억원, 5년간 178조원을 제시했다. 공약집을 보면 "소요 재원은 별도의 조달방안을 마련해 재정건전성 악화를 방지한다"는 문구가 선명하다. 이때도 재정지출 절감, 음성 탈루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실제는 어땠나. 문 정부는 모자라는 돈은 대부분 국채 발행에 의지했다. 그 바람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심리적 저항선이던 40%를 넘어선 데 이어 50% 선까지 위협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오는 10일 출범하자마자 수십조원대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방침이다. 이 또한 국채에 의지할 공산이 크다. 공약대로 예산을 쥐어짜는 세출 구조조정은 저항도 심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효과도 불투명하다. 그래서 어떤 정부든 국채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대안은 증세다.
하지만 정치생명을 건 도박이라 어떤 정권도 함부로 나서지 못한다. 지금 같아선 윤석열 정부가 전임 정부의 실수를 되풀이할 공산이 크다.
209조원 재원 조달방안만큼은 다시 손질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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