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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굴욕의 러시아군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03 18:02

수정 2022.05.03 18:02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수도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전투 후 버려진 러시아군 탱크 옆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수도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전투 후 버려진 러시아군 탱크 옆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진퇴양난 신세다. 단숨에 전역을 점령하려던 기세는 이미 꺾였다. 개전 두 달을 넘기면서 동부 돈바스로 전선을 축소했지만, 이마저 전과를 못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화력이 절대 열세인데도.

이로써 군사력 세계 2위라는 러시아의 허상이 드러난 셈이다.
대규모 보병 중심의 전술군 대대로 속전속결을 노렸지만, 부실한 병참이 문제였다. 군수물자와 식량·연료 등 보급이 끊기면서 러시아군의 희생이 커졌다. 장성급 지휘관만 12명을 잃었다. 이런 악순환을 수습하려고 최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최전선을 찾았다. 하지만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그는 엉덩이에 파편을 맞고 러시아로 후송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며칠 전 소셜미디어 영상에서 "우크라이나군이 1000대 이상의 러시아 탱크와 2500대의 장갑차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러시아 탱크가 쉽게 부서지는 결함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일 "러시아 탱크 포탑은 '잭 인 더 박스(jack-in-the-box)'와 같다"고 전했다. 상자 뚜껑을 열면 내용물이 튀어나와 어린이를 놀라게 하는 장난감에 비유한 것이다.

로버트 해밀턴 미국 육군전쟁대학 교수는 이를 러시아 탱크가 미국이나 독일제에 비해 장갑도 얇고, 방탄판 없이 예비탄을 포탑에 보관하는 탓으로 돌렸다. 1991년 걸프전 때 이라크군의 주력이던 T-72 탱크는 피격될 때마다 포탑이 튀어올랐다고 하니 여태껏 성능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중국산 짝퉁 타이어를 쓰는 러시아 장갑차도 곤욕을 겪고 있다.
'황해 YS20' 타이어 가격(208달러)은 세트당 3만6000달러인 나토군의 미슐랭 XZL 타이어보다 훨씬 싸다. 하지만 이런 싸구려 타이어로 우크라이나의 진흙탕 지형을 굼뜨게 진군하느라 상대편 휴대용 미사일엔 안성맞춤 표적이 됐다.
해외 전문가들이 이 같은 갖가지 굴욕적 장면들에 러시아군의 부패상이 투영됐다고 보는 이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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