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자사고 존치 예고…"고교학점제 충돌, 사교육비 증가 우려"

뉴시스

입력 2022.05.04 13:50

수정 2022.05.04 13:50

기사내용 요약
대통령령 개정은…민주당·교육계 반발 부담
7월 출범 국가교육위 통해 논의할 가능성도
고교학점제 충돌, 사교육비 증가…진통 예상

[서울=뉴시스] 인수위사진기자단 =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6대 국정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2022.05.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인수위사진기자단 =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6대 국정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2022.05.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새 정부가 국정과제를 통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존치를 예고한 가운데, 교육계에선 고교학점제와의 불협화음과 사교육비 증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4일 교육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윤석열정부 110개 국정과제'를 통해 "다양한 학교유형을 마련하는 고교 체제 개편 검토"를 발표했다. 박성중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는 전날 인수위 브리핑에서 “자사고를 지정 취소했던 서울·부산 교육청은 관련 소송에서 모두 패소했다"며 자사고 존치를 암시했다.

교육계는 새 정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이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 2020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공포해 2025년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등의 일반고 전환을 결정했다.

하지만 정치적 부담은 만만찮을 것이라는 평가다.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국회에서) 법률안을 새로 만들어 시행령을(개정을 통한 자사고 존치를) 견제할 수 있다"며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대통령이 이를 이겨내려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국회와 교육계 반발 여론이 더 커질 수 있다.

자사고와 같은 학교 설립 유형을 대통령령으로 정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은 보수 성향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서도 요구해 왔던 내용이다. 초·중등교육법에 근거를 명시해 정권 성향에 관계없는 일관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령 개정이 불발되면 오는 7월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로 논의가 옮겨갈 수도 있다. 국교위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중장기 교육정책을 추진하도록 구성된 합의제 행정기구다.

국교위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비슷한 제도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 90일 동안 국민 10만명 이상이 국교위에 교육정책 개선을 요구하면, 위원회가 관련 내용을 검토해 심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시행령 개정은 정치적 부담을 수반하기 때문에, 국교위에서의 폭넓은 논의를 통해 (자사고 존치) 명분을 쌓을 수도 있다"며 "현 제도 내에서는 이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117개 교육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요구했다. (사진=전교조 제공). 2022.05.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117개 교육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요구했다. (사진=전교조 제공). 2022.05.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난관을 뚫고 자사고가 유지돼도 적잖은 혼란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수위는 국정과제 중 '모든 학생을 인재로 키우는 교육과정' 항목에서 "고교학점제 추진 점검 및 보완 방안을 마련한다"며 고교학점제 유지 방침을 밝혔다.

송 위원은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하면서 고교학점제를 하려면 내신에서 절대평가를 늘리면 안 된다.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다 상대평가로 돌려야 하는데 논란이 될 것"이라며 "다양성은 존중하되 교육과정 상 입시 교육을 제한하는 등 완충 작용이 없으면 자사고, 특목고가 존재하는 이상 고교학점제는 파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공통과목 외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다양한 적성과 진로를 보장해주기 위해 '과목 선택권'을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구조적으로 대학 입시에 유리한 과목, 학교가 남아있게 된다면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미 교육계에서는 성향에 따른 입장차가 불거지면서 갈등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전날 "다양한 학교 유형을 마련하는 고교체제 개편이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속 등 각종 특권학교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며 "고교 서열화를 심화시키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장원 교사노동조합연맹 대변인도 "자사고·외고가 아니더라도 부자만이 갈 수 있는 특권학교 등장의 빌미나 과정이 될 수 있다"며 "그로 인한 입시 경쟁 강화, 사교육비 부담 심화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다양한 학생들의 관심·적성·능력·진로에 따라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 체제가 필요하다"며 "(고교 다양화 과제는) 자사고·외고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를 줄 수 있는 학교 체제를 마련하겠단 의미로 이해된다"고 인수위 국정과제를 긍정 평가했다.

갈등이 계속될 경우 결국 최종 판단은 교육계가 아닌 헌법재판소로 넘어갈 가능성도 열려 있다.
자사고·외고 등 24개교는 일반고 일괄 전환을 결정한 대통령령 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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