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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영국과 원전 협상, 수출 강국 도약할 기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04 18:31

수정 2022.05.04 18:31

에너지 안보 갈수록 중요
중·러 배제는 한국에 유리
전경련이 지난해 6월 제시한 국내 원자력발전 산업 현황 그래픽. 사진=뉴시스
전경련이 지난해 6월 제시한 국내 원자력발전 산업 현황 그래픽. 사진=뉴시스
영국이 다수의 차세대 원자력발전소를 건립하기 위해 한국과 협상 중이라고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지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크와시 쿠르텡 영국 산업에너지부 장관이 원자력산업 투자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전력공사 측과 만났으며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보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영국 정부가 에너지 안보 상황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러시아는 최근 폴란드, 불가리아에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했으며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석유 수입 중단을 추진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새 원전 8기를 2050년까지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의 원자력발전은 연간 전력량의 21%에 이르지만 폐쇄를 앞둔 노후 원전이 많아서 새 원전 건설을 서두르는 형편이다.
그동안 영국의 신규 원전 사업에는 프랑스전력공사(EDF)와 중국의 한 국영기업이 제휴업체로 관여했지만 앞으로 중국 업체는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때마침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3일 차기 정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 한전, 금융기관, 기업 등이 함께 참여하는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을 신설한다는 방침도 포함됐다.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정책 폐기를 핵심 국정과제로 삼은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원전 수출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전 측도 지난달 영국 측 실무진을 만난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논의는 초기 단계이며, 특정 원전과 관련한 합의는 섣부른 추측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양국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점이 긍정적이다. 존슨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3월 당선축하 통화에서 디지털, 산업, 군사 부문 협력을 심화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산업 생태계는 고사 일보직전이다. 독자 소형모듈원전(SMR) 노형 개발 및 제4세대 원자로, 핵융합, 원전연계 수소생산 같은 차세대 원전기술 연구개발이 주춤한 상태이다. 영국 원전 수출은 새 정부가 추구하는 '원전 최강국 건설'의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세계 각국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중국, 러시아의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도 우리에게 유리하다. 세계 원전 시장은 미국, 프랑스, 한국 등 3국이 각축하는 시대가 됐다.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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