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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카, 한국서 귀국한 네팔 청년들...현지 창업지원 사업 등 펼쳐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05 15:39

수정 2022.05.05 21:35

한국에서 기술 익힌 귀국 네팔 청년들, 현지 창업 도움
네팔 발전 주체로 성장, 고용 창출·경제성장 기여 기대
올해부터 2028년까지 800만달러 투입, 창업육성지원
연 30명 집중 기술 훈련·200명 창업자금 마련유도지원
네팔서 250만달러 규모 출자, 창업기금 설립 대출 운영
[파이낸셜뉴스]
한국 이주를 앞둔 노동자들이 네팔에서 ‘한국의 근로기준법’ 관련 교육을 받는 모습. 사진=코이카(KOICA) 제공
한국 이주를 앞둔 노동자들이 네팔에서 ‘한국의 근로기준법’ 관련 교육을 받는 모습. 사진=코이카(KOICA) 제공
우리나라에서 일한 뒤 자국으로 돌아간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현지 재정착과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가 발 벗고 나선다.

5일 코이카는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네팔 노동고용사회보장부와 ‘네팔 귀환노동자 안정적 재정착을 위한 단계별 지원체계 강화사업’의 협의의사록을 5월 초(현지시간) 체결한다고 밝혔다.

코이카에 따르면 한국에서 배운 기술과 종잣돈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창업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기술과 창업 정보를 제공하고, 재정교육을 통해 장기적이고 성공적인 재정착을 돕는다는 취지다.

코이카는 국내 고용허가제 담당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손잡고, 이주노동자의 안정적인 귀환과 본국으로의 통합을 도와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귀국 후 현지에서의 창업을 통한 고용창출로 네팔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코이카는 이번 사업을 위해 올해부터 2028년까지 800만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올해 중 사업수행자를 선정하고, 네팔 정부와 본격적인 사업 착수를 위한 구체적인 합의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이주노동 후 귀국한 네팔인은 약 76만2천명으로, 이들의 평균 연령은 33세에 불과하다.

네팔은 우리나라와 2007년 고용허가제에 관한 협약을 맺은 이후 2019년까지 6만4천명의 노동자를 우리나라로 보냈으며 현재 한국에 체류하는 네팔 노동자만 2만 9천명으로, 협정을 맺은 16개국 가운데 캄보디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들은 20대 초반에 모국을 떠난 뒤 장기간의 해외 생활과 본국의 낮은 임금과 처우로 인해 모국에 돌아와서도 방황하거나 다시 제3국 이주노동자가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3단계지원 △한국 오기 전 '미래 계획 설계지원'→△한국서 일하면서 '창업역량 강화'→△네팔 귀환 후 '재정착 정보, 창업역량교육과 컨설팅, 대출프로그램' 등 운영
이번 협의의사록에 따르면 한국에서 이주노동이 예정되었거나, 한국 이주노동 후 귀환한 네팔 노동자들은 이주 전(前)→ 이주 단계→ 이주 후(後)에 이르는, 단계별로 필요한 지원을 받게 된다.

네팔 노동자가 한국으로 오기 전에는 사전 취업교육을 통해 “네팔로 돌아온 뒤 한국에서 배워온 기술로 어떤 일을 할지”와 같이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설계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자발적 귀환의식을 함양한다.

기존에 네팔 노동부가 한국 이주를 앞둔 노동자들에게 한국어(한국문화)와 한국의 근로기준법 등 기초법령 소개에 한정해 사전 교육을 제공하던 것을 보완할 계획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의 목적을 가지고 한국에서 기술과 지식을 배우고 월급을 모아 재정착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은행 계좌 개설, 가계부 사용 등 체계적인 월급관리를 위한 금융 교육, 창업지원 프로그램, 재정착 계획 수립 교육'을 한국으로 출국하기 전부터 진행한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동안은 취업 중, 귀국하기 직전 등 단계별로 나뉘어 창업 역량강화 교육을 시행해, 한국 근무를 마친 뒤 귀국했을 때 변화된 네팔 환경에 적응과 효과적 현지 자원, 제도와 연계해 귀국 후 방황하는 시간을 단축하고자 한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이 현지 창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매년 2회 창업 경진대회도 개최한다. 한국에서 비즈니스 모델 개발·기업가 정신 함양 등 창업 기본과정을 수료한 참여자 중 우수자를 대상으로 창업경연대회 예선을 열고, 예선 참가자들은 네팔 귀국 시 사업 고도화를 위한 집중양성교육(부트캠프)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후 선정된 16개팀이 6개월간 창업육성지원(인큐베이팅)을 받아 최종 선정된 8개팀이 결선 참여 기회를 갖게 된다. 결선 참여 팀에게는 투자자를 매칭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몇 해 동안 한국에서 생활하고 돌아가 현지 정보에 어두운 귀환노동자를 위한 재정착 정보를 한곳에 모아 매뉴얼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바일 앱도 구축한다. 연간 이용자는 2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팔로 돌아온 창업경진대회 우수팀들은 심화한 창업역량교육과 컨설팅을 받게 된다. 여기에 창업자금이 부족해 고민하는 귀환노동자를 위해서 250만달러 규모 코이카 출자 기금을 활용해 창업기금을 설립하여 대출을 운영한다.

네팔 현지 은행에서도 창업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소규모의 자금을 연 단위로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대출 승인 절차가 까다롭다.

코이카를 통해 조성된 창업기금은 '중장기 대출·규모 있는 자금의 대출·여성 귀환노동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 등이 가능하도록 기존 네팔 창업자금 대출의 보완적 역할을 할 예정이다. 아울러 네팔 내 한국 귀환노동자의 재정착 현황을 파악해 네팔 정부의 이주노동자 관련 정책 수립도 지원한다.

한국 이주를 앞둔 노동자들이 네팔에서 ‘한국의 근로기준법’ 관련 교육을 받는 모습. 사진=코이카(KOICA) 제공
한국 이주를 앞둔 노동자들이 네팔에서 ‘한국의 근로기준법’ 관련 교육을 받는 모습. 사진=코이카(KOICA) 제공
■코이카, 한국서 일하다 귀국한 네팔 노동자 현지 정착·성공 위한 세심한 프로그램 운영, 한국과 파트너십 우수사례 기대...
이밖에 코이카는 한국에서 일하는 네팔 노동자 본인과 가족 연간 200명을 대상으로는 이주노동자가 네팔로 보내오는 송금액 활용에 관한 금융교육을 제공해 송금액 저축 및 귀환 후 창업자금 마련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 취업활동을 마치고 네팔 귀국을 앞둔 창업희망자를 연 30명 규모로 선발해 창업을 희망하는 직종과 관련된 집중적인 기술 훈련도 제공한다.

코이카는 또한 산업 현장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명장이나 기업인과의 간담회를 개최해 취·창업과 관련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기업가 마인드를 배양하는 발판을 마련한다. 네팔로 돌아간 이후에도 6개월간 온라인으로 멘토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네팔에서는 귀환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보제공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이들의 본국 귀환 후 부적응 기간을 단축하고 재정착을 위한 생활 정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창업 교육, 창업자금 대출에 대한 정보, 추가적인 기술교육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국제기구나 네팔 정부가 노동자 선발, 사전 교육 등 해외 취업 이전 단계에서 노동자들을 지원해왔으나 그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에 착안해, 우리 정부 원조 사업의 일환으로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간 이후 체계적으로 정착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고성훈 코이카 네팔사무소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귀환노동자들이 축적한 자본을 기반으로 창업을 지원하여 네팔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본국 부적응과 자본금 소진 등 귀환노동자들이 맞닥뜨리는 절망을 지워내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또한 이주노동자가 많은 선진국에 모범이 될 수 있는 사업으로, 향후 한국이 개발도상국과 어떤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해야 할지 제시하는 우수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는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발전 지원을 위해 1991년에 설립되었으며, 국별 프로그램(프로젝트/개발컨설팅), 글로벌 프로그램(해외봉사단 및 개발협력인재양성사업, 글로벌연수, 국제기구협력, 민관협력사업, 혁신적 개발협력 프로그램), 인도적 지원(재난복구지원, 긴급구호 등), 국제질병퇴치기금사업 등을 수행하는 대한민국 개발협력 기관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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