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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더 빨라진 긴축, 부작용 최소화가 관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05 18:55

수정 2022.05.05 18:55

美 연준 금리 빅스텝 밟아
이창용 총재 선택에 주목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종료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p 인상했다. 사진=뉴시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종료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p 인상했다. 사진=뉴시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4일(현지시간) '빅스텝'을 밟았다. 연준은 이날 연방기금 금리를 0.5%p 올렸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0.75~1% 수준으로 높아졌다. 연준이 0.5%p 빅스텝을 밟은 것은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연준이 미국 내 인플레이션 우려를 심각하게 본다는 뜻이다. 국내 물가도 불안하다.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여는 한국은행도 선택의 기로에 섰다.

연준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는 강세를 보였다. 다우존스·나스닥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올랐다. 알려진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라는 증시 격언이 이번에도 통했다. 호재도 있었다. 제롬 파월 의장은 향후 연준이 이른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에 대해 "0.75%p 인상은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해 시장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자이언트스텝을 밟지 않는다고 연준의 긴축 기조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파월 의장은 0.5%p 빅스텝을 두어번 더 밟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2·4분기 미국 기준금리가 3∼3.25% 수준에 이를 걸로 내다봤다.

이로써 글로벌 긴축에 가속도가 붙었다. 우리도 그 대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에 비해 4.8% 뛰었다. 약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삐 풀린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사실 한은은 여태껏 잘 대응해왔다. 전임 이주열 총재는 작년 8월에 기준금리를 0.25%p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선제적으로 밟았다. 연준이 올 3월에야 금리인상 기조로 돌아선 데 비하면 상당히 빠른 편이다. 심지어 금통위는 지난달 총재 공백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0.25%p 추가로 올리는 결정을 내렸다. 현재 기준금리는 1.5%까지 올랐다.

신임 이창용 총재는 얼마 전 취임 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 성장둔화가 모두 우려되지만 지금까지는 물가가 더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한 대목이다. 미국 금융사 JP모간은 한은이 5월을 비롯해 네 차례 추가로 금리를 올려 연말 기준금리가 2.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제통화기금(IMF) 고위직을 거친 국제금융 전문가다. 금리 결정은 한은의 배타적인 권리를 존중하는 게 최선이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연히 정치권이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금리인상을 통한 반인플레이션 정책은 늘 고통을 수반한다. 성장과 고용에 모두 부정적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금리인상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수단으로 사전 소통을 강조한다. 중앙은행이 정책 방향을 미리 예고하면 충격이 덜하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포워드 가이던스' 전략을 적절히 활용했다.
버냉키는 언제 양적완화(QE)를 그만두고 제로금리 정책을 거둘지 꾸준히 시장에 신호를 보냈다. 사실 이주열 전 총재도 지난해 8월 금리를 올리기 전에 시장에 꾸준히 시그널을 보냈다.
이창용 총재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금리정책을 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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