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강간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가진 인도에서 13세 최하층민 소녀가 자신의 집단 성폭행 사건을 접수한 경찰관에게 다시 성폭행당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5일(현지시간) CNN과 타임스 오브 인디아 등에 따르면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州)의 랄릿푸르에서 지난 4일 한 경찰관이 자신이 근무하던 경찰서에 집단 성폭행을 신고한 13세 소녀를 강간한 혐의로 체포됐다.
피해자 A양은 지난달 22일 납치돼 인도 중부 도시 보팔로 끌려가 4명의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4일간 감금된 뒤 같은 달 26일 경찰서에 맡겨졌고, 이후 경찰은 A양을 그의 이모에게 인계했다.
A양의 어머니는 고소장에서 경찰관이 하루 뒤 A양을 불러 성폭행과 관련한 진술을 기록했고, 같은 날 저녁 A양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후 A양은 지난달 30일 상담을 받기 위해 방문한 아동상담팀에서 피해 사실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처음 A양이 성폭행 사실을 경찰에 알렸을 당시 경찰에는 해당 사건이 접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양과 그의 부모님은 지난 3일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강간, 납치 등의 혐의로 4명의 남성과 경찰관을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모든 세부 사항을 확인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처음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강간 사건이 접수되지 않은 이유를 규명하는 것도 수사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건 당시 근무하고 있던 29명의 모든 경찰관에게 징계를 내렸으며, 추가 범죄를 발견할 경우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특히 A양이 인도 내 카스트 제도에서 최하위 계급에 속하는 '달리트(불가촉천민)'라는 점은 인도인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도는 헌법으로 카스트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달리트는 여전히 불가촉천민으로 불리며 차별과 성폭력, 폭행을 당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지난해에도 달리트 출신 9세 소녀가 집단 성폭행당한 뒤 살해돼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2019년에는 2명의 달리트 어린이가 야외에서 배변을 한 뒤 구타를 당해 사망했고, 2018년에는 13세 소녀가 참수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인도 전역에 만연한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냈다. 인도 국가범죄기록국에 따르면 2020년 2만8000건 이상의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이 접수됐다. 경찰에 접수되지 않은 사건까지 고려하면 그 수치는 3만건을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인권단체 이퀄리티 나우는 "가해자가 지배적인 카스트 출신인 경우 불처벌 문화가 만연해있다"며 "달리트 여성과 소녀들은 성폭력 사건에서 사법의 도움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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