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F2022]김근식 "미국이냐, 중국이냐…선택의 시기 온다"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미국도 좋고 중국도 좋다'는 자세로는 양쪽 다 잃을 수 있다."
오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중 간 패권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공급망과 첨단기술 정책이 국가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부상한 만큼 우리나라 또한 국익을 챙기기 위해선 무엇보다 그 대응 역량을 갖추는 게 필수적이란 얘기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달 3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공동 이익에 기반을 두고"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전통적인 4강국과 협력을 강화해가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 외교정책의 최중요 키워드가 '한미동맹 강화·발전'임을 고려할 때 미중 간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 정부에도 '선택의 순간'이 도래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일례로 새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와의 협력이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 등 역시 결과적으로 중국과의 '충돌'을 부를 수 있단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통일위원장으로 활동한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지난달 29일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안보'란 새로운 패러다임(체계)이 지금 전면에서 부각되고 있다"며 "미중패권 경쟁은 국제정치학에서 얘기하는 강대국과 신흥국 간의 불가피한 충돌이 아니라 '죽기 아니면 살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김 교수는 오는 25일(수)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뉴스1 미래포럼 2022'에 연사로 나선다.
김 교수는 "많은 학자들은 미중 패권 경쟁에서 '중국이 미국을 이기지 못한다'고 얘기한다"며 "(우린) 암묵적으로 미국과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무조건 미국 얘기만 들어야 한단 뜻이 아니다. 국익의 관점에 따라 최종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오는 21일 개최 예정인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선 "북핵 위협에 대응한 확고한 한미동맹의 재확인"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또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할 말은 해야 중국으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고, 남북관계와 관련해선 "북한과 '대화의 문은 열려 있지만, 대화를 구걸하진 않는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새 정부의 한일관계와 관련해선 "정상회담 등 고위급 채널을 복원해 정례화함으로써 여러 현안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진지하게 대화를 시작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미동맹 복원·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취임 전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관련 행보를 일찌감치 시작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미국 경도'가 지나치면 우리의 대(對)중국 외교공간이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한미동맹이 상당히 '약화'됐다고 생각한다. 약화된 부분을 복원하되 2022년에 맞는 새로운 한미동맹으로 질적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의 외교안보를 비판하며 출범했고, '보수 정권은 틀렸다'는 판단 아래 다시 옛날로 돌아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로 기계적으로 복귀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그런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지금 동북아시아와 세계 질서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한미동맹도 변화된 질서·정세·국면에 맞게 발전해야 한다. 무조건 미국 얘기만 듣고 함께해야 한단 뜻이 아니다. 한미동맹의 새로운 가치·목표, 공통의 지점들을 논의·합의하고, 그게 실질적으로 대한민국 국익에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재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반도체·배터리·핵심광물·의약품 등의 공급망을 포함한 경제안보가 외교 분야의 주요 화두가 됐다.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협력뿐만 아니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도 감안할 수밖에 없다. 경제안보 시대를 맞아 미중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 국익을 챙기려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경제안보'란 새로운 패러다임이 지금 전면에서 부각되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은 국제정치학에서 얘기하는 강대국과 신흥국 사이의 불가피한 충돌이 아닌 '죽기 아니면 살기'식이 되고 있다. (미중의) 전략적 패권경쟁이 고착화되면 대한민국도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해야할 때가 올 거다.
'경제안보'란 표현으로 '무역분쟁'이 '표준의 전쟁'이 시작될 거다. 날로 발전하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표준을 장악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게 될 거다. 여기엔 반도체·5세대(5G) 통신망·인공지능(AI) 관련 분야가 모두 들어가고, 군사안보와도 직결된다.
윤석열 정부 임기 5년 동안 선택의 시기가 온다면 '미국도 좋고 중국도 좋다'는 식의 자세론 양쪽 다 잃을 수 있다. 국익에 맞는 게 뭔지 전략적으로 파악해 조금씩 그 선택의 길로 가야한다. (우린) 암묵적으론 미국과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학자들은 미중패권 경쟁에서 '중국이 이기지 못한다'고 얘기한다. 미국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게 사실이다.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윤 당선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로에게 바라는 게 있을 텐데.
▶우리 쪽에서 제일 시급한 건 북핵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확고한 한미동맹의 재확인이다. 북한 핵무기는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가해지는 위협이기 때문이다. '확장억제'에 관한 확실한 협의체를 꾸리는 문제가 시급하다.
미국은 동맹국에 '핵우산'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어떤 일이 터지면 쉽지 않다. 북한이 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겠는가. 미 뉴욕과 워싱턴DC를 파괴할 수 있다는 확실한 자신감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서울을 구하기 위해서 뉴욕을 버릴 순 없을 거다. '정말 저 나라는 피를 흘려서라도 지켜주겠다'는 확실한 신뢰가 없다면 말뿐인 확장억제일 수 있다.
윤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다른 나라는 몰라도 대한민국은 미국이 지켜준다'는 걸 보장받아야 한다.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될수록 확장억제를 실행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했지만 미군은 우크라이나에 가지 않았다. 자국이 제일 우선이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의 '확장억제' 강화, 북핵 위협 공동대처는 보수나 진보나 포기할 수 없는 공통의 원칙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에게 중국 문제와 관련해 요구할 게 있을 거다. 지금 미국은 중국과 사실상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을 굴복시키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 패권경쟁에서 우리나라를 '확실한 내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동맹협의체와 인도·태평양전략에 대한 동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 등 중국이 민감해 하는 사안들에서 '대한민국은 미국의 동맹'임을 확실히 확인해 달라고 요구할 것 같다.
-윤 당선인의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은 최근 방미에서 미국 측과 한미 연합훈련 정상화,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재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제일 먼저 추진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확장억제'와 한미훈련 정상화, 미군 전략자산 전개 재개는 일맥상통하는 거다. 한미동맹 강화와 중국 견제는 분리돼 있는 게 아니다. 북핵 위협에 대처한다는 우리 이해관계와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지금은 결합돼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린 미국의 도움이 있어야 북핵에 대응할 수 있고, 미국도 우리 도움이 있어야 중국 포위망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새 정부에선 IPEF나 쿼드 협의체 등 중국 견제 성격의 미 주도 협력체 참여 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반발이 있지 않겠나.
▶우린 이미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때문에 중국의 보복을 당했다. 거기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름 '내성'이 생겼다고 본다. 우리가 자주국가로서 할 말을 해야 할 땐 해야 중국으로부터도 존중받을 수 있다. 우리가 중국의 요구를 들어주고 양보한다고 해서 중국이 우릴 존중하는 게 아니다. 원칙과 일관성을 갖고 할 말은 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미중 양국의 눈치를 보던 입장에서 이젠 양국에 '우리도 줄 게 있다'고 하는 위치로 가고 있다. 그러나 과거 보수 정권은 미국에 굴종적인 모습을 보여 진보로부터 비판 받았고, 반대로 진보 정권은 중국에 그런 모습을 보여 보수가 지적했던 것이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핵무기를 지속 발전시키겠다며 그 사용조건의 '문턱'까지 낮췄다. 여차하면 선제공격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하는 메시지까지 내놓으면서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해온 새 정부와 '강 대(對) 강' 대치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힘에 의한 평화'는 우리가 북한과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게 아니다. '힘에 의한 평화'는 대한민국 안보의 '1차 원칙'인데도 문재인 정부 땐 소홀히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를 강조하는 거다.
'힘에 의한 평화' '튼튼한 안보' '한미동맹 강화' 등은 모두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도 했던 얘기다. 그걸 다시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북한과의 대화·협상의 문을 닫거나 거부하는 것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대통령이 대화의 문을 닫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원칙은 북한과 '대화의 문은 열려 있지만, 대화를 구걸하진 않는다'는 거다.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토론회 때 미국, 일본, 중국, 북한 순으로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은 어떤 여건이 마련돼야 가능할까.
▶북한을 먼저 만나지 않겠다고 한 건 문재인 정부에서 할 건 다 해봤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을 3번 했고, 북미정상회담도 2번 했고.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까지 하면 남북정상이 3번 만났다. '북한과 정상회담만 하면 문제가 풀릴 것이다. 만나기만 하면 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핵으로 위협하고 도발하는 건 북한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미국과의 동맹을 복원·강화·진화시켜 북핵 위협을 막을 안보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일본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중국과 정상적이고 대등한 관계를 만든 다음에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면 만나겠다는 게 윤 당선인의 생각이다. 남북정상회담을 목표로 해서 김 총비서 만나는 데 혈안이 돼 뛰어다니진 않겠단 거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때까지만 해도 북핵 포기가 정책의 최우선 목표였다. 그러나 이젠 국민들도 '북한의 핵폐기가 당분간 불가능하다'는 걸 다 안다.
북한은 이미 핵폭탄을 갖고 있다. 이젠 북한의 핵폐기가 아니라 핵을 쓰지 못하게 할 '튼튼한 안보'를 어떻게 갖추느냐가 우선해야 한다. '튼튼한 안보'를 갖춘 다음에 북한이 대화하겠다면 대화하고, 도발하면 제재하는 거다. 원칙은 간단하다.
-과거에 비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학자들 견해가 많다.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론은 6자회담 때 프레임이다. 이미 20년 가까이 된 얘기다. 6자회담이 없어진지 오래됐다. 북한 핵문제가 6자회담과 같은 다자 틀로 해결될 가능성은 적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기구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자기구가 북핵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제로'(0)라면 중국의 역할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중국·러시아가 미국과 구조적으로 서로 대치하는 국면, 이른바 '신(新)냉전' 시대가 시작됐다. 특히 북한이 과거와 달리 핵폭탄 수십개를 갖고 있고 이를 실전배치하려고 하는 상황이다. 중국도 북한의 눈치를 봐야 하는 측면이 생겼다. 미중관계가 좋으면 북한 문제 해결에 중국이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미중이 패권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선 맞지 않는 얘기다.
-윤 당선인의 한일정책대표협의단이 최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를 만나 한일관계 개선의 의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한일 간 과거사 문제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 등으로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가는 모양새다.
▶한일관계가 제일 어렵다. 국민 정서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5년 동안 그런 국민의 반일감정을 심화시켜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새 정부에선 한일관계에 반일감정을 동원해선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에 우리가 굴욕적이거나 굴종적인 자세를 보이는 일도 없어야 한다.
쉽진 않겠지만 한일 정상회담이나 장관급 회담 등 고위급 채널을 복원해 정례화하는 게 중요하다. 그간 꺼내지 않았던 여러 현안들을 일단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진지하게 대화를 시작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특히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문제는 법적으로 진전이 많이 돼버렸기 때문에 어떻게 풀어야 할지 묘수를 찾아가야 한다.
◇김근식 교수 약력
Δ1965년생 Δ서울대 정치학 Δ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박사 Δ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연구원 Δ전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원·한국정치연구소 상임연구원 Δ전 경남대 국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남북협력실장 Δ전 미래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Δ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통일위원장 Δ경남대 법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Δ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Δ민주평통 상임위원(정치외교분과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