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우리은행 횡령, 개인의 잘못일까 [현장클릭]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08 17:57

수정 2022.05.09 06:13

박소연 기자
박소연 기자
일개 회사 직원이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접하는 일반 국민과 은행권의 태도는 크게 달랐다. 국민들은 평생 손에 쥐지도 못할, 아니 상상도 못할 액수에 놀랐다. 1원만 안 맞아도 난리 나는 금융권에서 이런 일이 생겼냐며 허탈해 했다.

은행 직원들도 크게 동요했다. 내 회사가 과연 제대로 된 회사인지 되묻고 회사를 향한 비난과 우려를 쏟아냈다.

하지만 일부 경영진은 '운이 나빴다'는 반응이었다.
내부 보고로 끝냈으면 덮고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는데 괜히 일을 키웠다는 인식이 만연했다.

어떤 은행권 사람들은 '우리은행이 똥 밟았다'는 얘기도 했다. 당사자가 문서를 위조할만큼의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모두를 속이는 것을 어떻게 발견하냐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들은 우리은행이 이걸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건 나름의 내부통제가 작동했다는 사례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기가 찼다. 다수의 비뚤어진 인식은 내가 과연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를 의심하게 했다. '수백억 갖고 왜 호들갑이냐'는 피드백을 받을 땐 스스로를 돌아봐야 했다.

하지만 본질은 하나다. 그들이 굴리는 돈은 소비자에게서 나온다는 것. 우리은행은 횡령 당한 금액을 회삿돈으로 메꿨다. '우리만 죽을 순 없다'는 분위기 아래 비난의 화살은 우리은행을 넘어 금감원을 흔들고 있다. 왜 은행의 내부통제 오작동을 못 찾았냐는 것이다. 물론 금감원의 존립 이유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있지만 사실 금감원은 운신의 폭이 좁다. 특히 현행 내부통제 시스템에 손을 댈 방법이 없다. 그저 법에 규정된 징벌과 제재 공식에 감독이나 검사 결과를 대입해 결론을 낼 뿐이다. 진정한 내부통제가 작동하려면 징벌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금융사 내부통제를 규정하고 있는 금융기관 지배구조법 감독규정은 금융위원회가 관장한다. 현행 감독규정에는 경제적 제재는 없고 인적 제재만 있다. 일이 터지면 바로 CEO 제재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금융위는 현재 전면에 드러나 있지 않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이 누구의 잘못인가 묻는다면 모두의 잘못이다. 다시 말하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란 뜻이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착실히 금융권에 돈을 맡겨 온 국민들의 돈이 당장 오늘도, 내일도 묻지마 횡령의 대상이 될 수 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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