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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배 레버리지’ 베팅했는데 60% 손실… 늪에 빠진 서학개미 [개미들 시련의 계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08 18:36

수정 2022.05.08 18:36

순매수 상위 10개 두자릿수 손실
가장 많이 산 TQQQ 올들어 -59%
테슬라 -27% 등 개별종목도 부진
美 고용부진·금리인상 등 겹악재
월가도 S&P 3460까지 추락 경고
‘3배 레버리지’ 베팅했는데 60% 손실… 늪에 빠진 서학개미 [개미들 시련의 계절]
"3배 레버리지 상품도 장투(장기투자) 되나요? 반토막도 안 돼서 팔지도 못하는데…."

최근 미국 증시가 연일 급락하자 국내 증시를 떠나 해외주식에 뛰어든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해외주식 투자 커뮤니티에는 미국 증시 반등을 기대하며 레버리지 상품을 대거 매수한 이들이 -60%대가 넘는 처참한 수익률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관련 레버리지 상품이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글들이 올라오는 등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2022년 1월 3일~5월 6일) 서학개미들이 순매수한 해외주식 상위 10개 종목이 모두 두자릿수 손실률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 3배 레버리지 상품이 3종목이나 포함됐으며 손실률은 60~70%대에 달했다.



서학개미 순매수 1위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TQQQ)' 상장지수펀드(ETF)에 올 들어 16억3102만달러가 몰렸지만 연초 대비 수익률은 -59.55%다. 이 상품은 나스닥100 지수 하루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도록 설계됐다.

순매수 3위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스 불 3X(SOXL)' ETF에는 11억9008만달러가 유입됐지만 연초 대비 수익률은 -67.61%에 달한다. 순매수 10위로 미국 기술주 15개 기업의 일별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BMO 마이크로섹터 FANG 이노베이션 3X 레버리지 ETN(BULZ)'의 손실률은 더 처참하다. 연초 대비 73.99% 폭락했다. 올 들어 이 상품에 유입된 투자자금은 2억2331만달러에 달한다.

이 외에도 개별종목으로 테슬라(-27.85%), 엔비디아(-38.00%), 알파벳(-20.17%), 애플(-13.59%), 마이크로소프트(-17.93%) 등 대형 기술주를 대거 매수했지만 모두 두자릿수에 달하는 마이너스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연초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3배 레버리지 ETF와 기술주들을 끊임없이 순매수해왔다. 빅테크 주가 상승에 대한 맹신으로 3배 레버리지 ETF 분할매수법 등이 유행하면서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베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미 증시가 올 들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 같은 행보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지난 6일 뉴욕증시의 주요 3대 지수는 4월 고용이 예상치를 웃돌았다는 소식에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며 모두 하락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40%까지 밀렸다.

4월 실업률이 3.6%로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을 기록했지만 노동시장 참여율이 62.2%에 그쳤다는 점이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이는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63.4%)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노동시장 회복을 거론하기 이른 시점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빅스텝(기준금리를 50bp 인상, 1bp=0.01%p)을 취해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미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지난주까지 다우지수는 6주 연속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5주 연속 떨어졌다. 다우지수가 6주 연속 하락한 것은 유럽발 부채위기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 2011년 6월 이래 처음이다.


월가에서는 미 증시의 추가 하락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최근 S&P500지수가 3800까지 떨어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3460까지도 내려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주요 투자은행(IB)들이 내놓은 연말 목표치 중 가장 낮은 수치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