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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적' 저항시인 김지하, 최초 마당극 '진오귀굿'도 집필

뉴시스

입력 2022.05.09 13:44

수정 2022.05.09 13:44

[서울=뉴시스]김지하 시인. (사진=뉴시스 DB) 2022.05.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지하 시인. (사진=뉴시스 DB) 2022.05.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지난 8일 별세한 김지하 시인은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져있지만 1973년 '진오귀굿'으로 마당극의 태동을 알리기도 했다.

'진오귀굿'은 본래 죽은 이의 한을 씻기고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해 망자의 가족이 무당을 불러 벌이는 굿을 말한다. 이 마당극은 악귀를 물리치는 오구 또는 오구굿으로 부르는 전통 농민굿에서 형식을 따왔다.

당시 김지하는 황폐해가는 농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농촌 협업운동의 전개를 강조했다. 마당극 '진오귀굿'은 농촌계몽운동의 일환이었고, 농촌의 민주화와 협동화를 막는 장애물과의 투쟁을 극장이 아닌 마당에서의 탈춤 형태로 극화했다.

연출은 당시 서울대 연극반의 임진택, 안무는 서울대 탈춤반의 채희완이 맡았다.

극에서 해설자는 가난한 현실을 늘어놓으며 이 모든 것이 다 도깨비 짓이라고 설명한다. 이후 등장한 수해귀, 외곡귀, 소농귀 등 세 도깨비는 농사꾼들을 괴롭힌다. 소농·중농·대농으로 계층화된 농민들은 갈등도 빚지만 결국 협동하고, 도깨비들은 쫓겨난다.

김지하는 극작 노트에서 "우선 내가 해야 할 일은 농어민과 노동자·영세민의 계몽을 위한 선전 드라마를 쓰고 만드는 일이었다"며 "우리는 옛 탈춤 등을 계승해 아예 마당에서 판을 벌이고 굿과 극을 놀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진오귀굿을 최초의 마당극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전문적인 공연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 현실 비판의 사회적 의미를 담은 1974년 김민기(극단 학전 대표)가 쓴 '소리굿 아구'를 본격적인 마당극의 효시로 꼽기도 한다.

마당극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젊은 지성인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운동으로 피어났다. 민중운동과 함께 탈춤과 판소리, 풍물, 굿 등 전통 연희 양식을 계승하면서 권력을 비판하고 사회 현실 문제를 담아냈다.


1970년대 민족문학의 상징이자 유신 독재에 대한 저항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고인은 1년여의 투병생활 끝에 지난 8일 강원 원주시 자택에서 타계했다. 향년 81세다.
빈소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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