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민간 대북 협력사업은 남북관계의 연골이다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11 06:00

수정 2022.05.11 06:00

[파이낸셜뉴스]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대북강경정책을 펴는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되자 북한은 미사일과 신형 전술유도 무기를 발사하는 가운데 2018년 핵실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유예(모라토리움) 약속을 파기하고 새 정부를 ‘호전광’이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새 정부는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놓되 북한의 불합리한 행동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남북관계가 ‘강 대 강’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면서 한반도 정세는 어느 때보다 긴장의 격랑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2019년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졌고 대북제재 장기화에 따라 북한 경제는 갈수록 피해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남한 새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가 지속되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폐기될 경우에는 한반도의 전쟁발발 가능성마저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정세와 전망 속에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도발 의지 자체를 억제해 안정적인 한반도 평화정착 기반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여야 한다. 대북정책의 가장 중요한 현실적 목표가 ‘한반도 평화정착’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회, 문화 교류 협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매우 시급한 필수적 과제이다.

특히 대치중인 중앙정부를 대신하여 지방정부의 남북교류와 협력, 또한 민간 NGO를 통한 식량, 의료 등의 지원은 이제부터 그 부분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며, 민간차원의 부분적 경제협력 사업도 병행해야 될것이다. 새로운 길을 여는 것보다는 있는 길을 넓히고 늘리는 것이 쉬운 일이다.

식량·보건 지원의 민간 NGO 활동과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이나 남북 정부간 대화 및 북·미대화에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경색과 대치 정세 속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NGO의 인도적 활동은 정부의 정책적 차원에서 지원될 필요가 있다.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단됐던 대북 인도적 지원이 2021년 하반기부터 일부 재개됐다. 2021년 7월 북한으로의 물자반출이 통일부에 의해 승인됐고, 9월 24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개최해 대북 영양보건 협력 사업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을 의결했다. 10월 7일에도 민간단체의 보건의료협력 물자반출 여러건이 승인됐다.

그러한 대북 인도적 지원은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와 발을 맞춘 것이다. 지난 2021년 9월 말 국제기구의 인도협력 물자가 중국 대련항에서 남포항으로 운송됐고, 10월에도 코로나19 의료품 운송과 UN아동기금의 보건(장갑, 마스크, 진단시약 등) 및 영양 물자 운송이 확인됐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경을 걸어 잠근 북한과의 교류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을 주시해보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단순히 북한의 도발 억지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 군사적 우위가 평화 수호의 토대라는 정책을 실현하되, 그것이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전략적 목표에 수렴돼야 한다.

남북의 무모한 군비경쟁은 평화의 적이 될 수 있다. 새 정부는 진지하게 평화정착을 위한 대화의 자세를 표명하면서 그 진정성의 주요 증거로써 민간의 대북 인도적 교류협력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경색된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강대강’ 정책은 결국 부러지게 마련이다. 민간의 대북 인도적 지원정책은 ‘강 대 강’ 국면에서 연골 역할을 맡을 수있다.
경색을 넘어 긴장이 고조되는 현 국면에서 새 정부가 그러한 유연성을 발휘해 한반도 평화정책의 길로 나아가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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