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보다 더 무섭다"…中봉쇄 장기화에 韓기업 피해 '눈덩이'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인구 2500만명의 거대 도시인 상하이를 50일 가까이 장기 봉쇄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부품 조달, 공장 가동 중단 등 주로 공급 측면에서 타격을 받고 있지만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 내 수요가 위축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현재 중국 상하이시는 지난 3월28일 이후 45일째 도시 봉쇄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주민 외출 전면 금지 등 강력한 봉쇄가 진행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이어지면서 도시 봉쇄 정책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 봉쇄로 인해 상하이 시내 또는 인근에 생산기지를 운영하는 국내 기업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물류가 막히면서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지고 결국 출고가 지연돼 물건을 팔지 못하는 것이다. 확진자가 발생해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일도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상하이 인근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약 2500곳으로 추산된다.
힘들게 생산해도 공장에서 항구까지 제품의 반출이 어려우며 겨우 운반해도 항구 봉쇄로 선박들이 입항하지 못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한 기계장비 업체는 지난 3월 상하이항에 제품이 도착했지만 중국 정부가 화물차 운행을 통제하면서 두 달 넘게 발이 묶여있다. 운이 좋아 운송이 가능하더라도 4~5배 급등한 운송비를 감당해야 한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중국의 봉쇄로 피해를 입고 있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생산기지는 정상 가동 중이지만 봉쇄가 길어지면서 자동차·스마트폰·PC 등 반도체가 쓰이는 품목들이 제대로 출하되지 않는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고 수요에도 악영향을 미쳐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봉쇄로 인해) 두 달째 이어진 D램 현물가격의 하락세는 5월에도 지속될 전망이며 2분기 메모리 가격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수도 베이징의 전면 봉쇄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이 같은 봉쇄 정책이 다른 도시로 확산될 경우 국내 기업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가전·자동차·디스플레이·식품·화장품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타격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봉쇄로 부품 조달이 어려워져 한때 노트북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현대차도 상하이에 공장을 둔 부품사에서 부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지난달 18~21일 캐스퍼를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화장품을 생산하는 아모레퍼시픽 상하이 공장은 지난 1일부터 셧다운 상태라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중국에 보내고 있으며 오리온·농심의 상하이 공장도 한때 멈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2년 하반기 경제이슈' 보고서를 통해 "상하이 봉쇄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향후 공급망 쇼크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베이징 등 기타 도시 봉쇄까지 이어질 경우 공급 쇼크발 인플레이션 우려도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대(對) 중국 수출 지표도 봉쇄 정책 이후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일평균 수출액은 3월 27억6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3월 말 중국의 봉쇄 정책 이후 둔화되면서 4월에는 24억5000만달러로 크게 낮아졌다. 특히 지난 4월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18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아직 대부분의 지역이 봉쇄를 유지하고 있어 '5월 중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봉쇄 정책으로 인해 중국의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외출을 전면 금지하는 '중국식 봉쇄'는 대형 기업에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자영업·서비스업 등 일반 시민들의 수입도 줄어들게 만들어 소비 급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5%인 최대 교역국인데, 내수 위축에 따라 소비가 줄어들면 수출 위주의 국내 기업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소비 진작 요소인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6월 청두 하계유니버시아드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내년으로 줄줄이 연기된 점도 악재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약해진 가운데 봉쇄 완화 시점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경기 모멘텀은 하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계는 중국의 봉쇄 정책의 지속 여부가 현재 국내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매크로 이슈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7일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전망에 대한 질문에 "현재 가장 큰 수요 요인은 코로나19에 기인한 중국의 록다운 이슈"라고 언급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보다 중국의 도시 봉쇄가 더 무섭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국 금리인상·긴축정책보다 중국의 봉쇄로 인한 타격이 더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