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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달러 비트코인 가진 테라..UST 디페깅 왜?

정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15 15:39

수정 2022.05.15 15:39

UST 또 다시 0.6달러까지 하락..나흘 연속 디페깅
"루나재단 10억$ 자금조달"보도..셀시우스 등 참여 
테라 키운 앵커 둘러싼 논란, 결국 UST 흔들어
[파이낸셜뉴스] 1달러 가치 유지를 목표로 하는 가치안정화코인(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가 사실상 가치를 잃은 디페깅(depegging) 상황이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UST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한 자매코인 루나(LUNA) 가격도 폭락하고 탈중앙화금융(디파이, DeFi) 앵커(Anchor) 프로토콜에서 예치금이 빠져나가는 뱅크런이 발생하는 등 사실상 테라 생태계가 붕괴했다. 글로벌 금융당국의 긴축 기조가 본격화되며 투자 심리가 악화된 가운데 대형 투자자의 매도가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루나와 앵커로 대표되는 테라 생태계의 취약점에 대한 우려감이 일시에 공포로 변해 매도를 부르고, 매도가 다시 공포를 촉발하는 '죽음의 나선(Death of Spiral)'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UST·루나 폭락 앵커 '뱅크런'..테라 생태계 붕괴

15일 오후 1시 30분 현재 코인마켓캡에서 UST는 0.2071달러(약 265.8원)에 거래되고 있다. 7일 연속으로 1달러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루나 역시 0.0004달러(약 0.45원)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6일 최고가 82.94달러(약 10만6495원) 대비 99.99% 이상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테라 생태계의 핵심 디파이 서비스 앵커 예치금은 5억9269만달러(약 7610억1396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6일 기준 예치금 170억5000만달러(약 21조8922억원)대비 96.5% 하락한 것이다. UST는 1달러 이하로 하락할 경우 루나를 발행한 돈으로 UST를 사들여 1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다.

15일 오후 1시 30분 현재 코인마켓캡에서 UST는 0.2071달러(약 265.8원)에 거래되고 있다. 7일 연속으로 1달러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루나 역시 0.0004달러(약 0.45원)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15일 오후 1시 30분 현재 코인마켓캡에서 UST는 0.2071달러(약 265.8원)에 거래되고 있다. 7일 연속으로 1달러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루나 역시 0.0004달러(약 0.45원)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테라 생태계가 붕괴하자 각국 거래소들은 잇따라 루나를 상장폐지하고 있다. 글로벌 1위 거래소 바이낸스가 지난 12일 루나에 대한 마진거래를 중단한데 이어 13일에는 거래지원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루나를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던 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거래소들도 루나를 상장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업비트는 오는 20일 12시, 빗썸은 오는 27일 오후 3시 거래를 중단시킬 예정이다. 업비트는 상장폐지 이유에 대해 "루나의 급격한 유통량 및 시세 변동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예기치 못한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루나 유통 공급량은 이번 사태 이전에는 1억8000만개 수준이었지만, UST 가격 방어를 위해 루나 발행량이 급격히 늘어 15일 오후 3시 현재 6조5310억개까지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발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월가 대형 헤지펀드가 공매도 수익을 위해 UST를 공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과거 조지 소로스 펀드가 영국 파운드화가 고평가됐다는 점을 이용해 영란은행을 공격했던 것처럼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틈을 타서 UST에 대한 공격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UST 공격의 주체로 지목된 헤지펀드들은 일제히 "우리는 UST를 거래한 바 없다"며 루머를 부인하고 나섰다. 박주혁 쟁글 글로벌인사이트팀 매니저는 "누구라고 특정을 할 수는 없지만 온체인 데이터를 보면 이번 사태 직전에 특정 전자지갑에서 대량 매도를 한 것은 맞다"라며 "이후 UST 디페깅이 본격화 됐다"고 말했다.

급속한 성장이 毒..시장 불안감 쌓이자 '죽음의 나선'

20%에 달하는 이자를 앞세워 테라 생태계를 키워온 디파이 서비스 앵커의 급속한 성장이 이번 사태 촉발의 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테라 측은 UST 가치를 지키기 위해 루나 시가총액을 일정 규모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금리를 앞세워 루나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부양해왔다. 하지만 연초부터 20% 이자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논란이 벌어지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투자자 매도에 놀란 투자자들이 일제히 매도에 나섰다는 것이다. 박 매니저는 "앵커를 둘러싼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던 상황이 이번 사태의 배경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20%에 달하는 이자를 앞세워 테라 생태계를 키워온 탈중앙화금융(DeFi) 앵커의 급속한 성장이 이번 사태 촉발의 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테라 측은 UST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LUNA 시가총액을 일정 규모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고금리를 앞세워 LUNA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부양해왔다. 하지만 연초부터 20% 이자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논란이 벌어지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투자자 매도에 놀란 투자자들이 일제히 매도에 나섰다는 것이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해외
20%에 달하는 이자를 앞세워 테라 생태계를 키워온 탈중앙화금융(DeFi) 앵커의 급속한 성장이 이번 사태 촉발의 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테라 측은 UST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LUNA 시가총액을 일정 규모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고금리를 앞세워 LUNA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부양해왔다. 하지만 연초부터 20% 이자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논란이 벌어지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투자자 매도에 놀란 투자자들이 일제히 매도에 나섰다는 것이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해외 사용 이름 권도)/사진=뉴스1

루나재단(LFG)가 대규모 비트코인을 준비금으로 보유하는 등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지만, 대비책이 완성되기 전에 시장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며 사태를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상자산 리서치 회사인 아케인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베틀 룬데는 "비트코인 보유량이 테라 측이 원하는 규모에 도달했지만 이 매장량을 활용할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LFG가 보유 비트코인으로 직접 UST를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다 보니 충분한 대비책이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LFG는 9일 기준 BTC 26.9억달러(약 3조4270억원) LUNA 1억달러(약 1274억원) AVAX 9903만달러(약 1261억6422만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페깅이 깨진 이후 보유 비트코인을 이용해 페깅 방어에 나선 것이 오히려 전체 가상자산 시장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며 디페깅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LFG는 디페깅이 벌어지자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가운데 7.5억달러(약 9630억원) 어치를 장외거래업체에 대여해 가치 방어에 사용하는 등 총 15억 달러(약 1조9260억원) 규모의 대비책을 내놓은 바 있다.
박주혁 매니저는 "LFG가 UST 가치방어를 위해 비트코인을 대량 매수했는데, UST 가치 방어를 위해 OTG가 비트코인을 매도하니 시장이 하락하면서 LUNA가격도 함께 떨어지는 등 죽음의 나선(Death of Spiral)이 계속됐다"고 분석했다.

bawu@fnnews.com 정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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