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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붕괴 대비 ‘부실자산’에 베팅… NPL 투자 늘리는 큰 손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11 18:09

수정 2022.05.11 18:09

우정사업본부 총 2000억 투입
국민연금도 추가 투자 저울질
버블 붕괴 대비 ‘부실자산’에 베팅… NPL 투자 늘리는 큰 손
우정사업본부와 새마을금고 등 국내 자본시장 큰 손들이 경기하락, 버블 붕괴를 염두에 두고 '부실'에 투자한다. 싼 값에 사서 경기회복 국면에서 이익을 내기 위해서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2007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통했던 투자전략이기도 하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우체국예금과 우체국보험을 통해 각각 1000억원, 총 2000억원을 국내 부실채권(NPL)에 투자키로 했다. 일반담보부 채권과 특별채권 및 부동산관련 부실채권 등 부실자산(스페셜 시추에이션 등) 관련 투자를 주된 투자대상으로 하는 '투자신탁'이 대상이다.

부실채권을 사들인 후 채권가격이 올라가거나 부실채권을 출자로 전환해 바이아웃(경영권 매매) 후 매각으로 수익을 올릴 계획이다.
특별한 상황에 따른 전략도 포함됐다. 대한항공 사태와 같이 기업지배구조 악재가 터져 기업가치가 일시적으로 하락했을 때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정사업본부는 투자심의회를 통해 7월 중 1~2개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펀드 규모는 2500억원 이상, 우체국금융의 출자비율은 설정액의 80% 이내다.

우정사업본부의 자산은 2021년 말 기준 우체국예금 92조2168억원, 우체국보험 63조7045억원 등 155조9213억원이다.

우정사업본부가 NPL 투자에 나선 것은 이전 투자에서 얻은 경험 때문이다. 2007년 세계금융위기와 2009년 두바이 파산,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 후 NPL 시장이 확대되자 우체국예금은 2012년 국내 부동산 NPL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2017년에는 자동차 부품사 등 중후장대 산업이 어려워지자 2018년에는 유진자산운용, 파인트리자산운용을 위탁운용사로 선정해 2000억원을 NPL에 투자했다. 우체국금융은 2019년에는 2억달러를 해외 NPL에 투자하기도 했다. 새마을금고는 최근 유진자산운용의 3030억원 규모 NPL 투자 펀드인 '유진에스에스앤디오퍼튜니티'에 앵커(핵심) 투자자로 합류했다. 전통적인 기업 NPL은 물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 중단이 예상되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 등 투자에 주목했다. 이 펀드는 병행펀드에 연기금도 참여가 예상된다. 전체 NPL 투자 펀드 규모는 4000억~4500억원으로 늘어 날 전망이다.

자본시장 최대 큰 손 국민연금도 NPL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다.
버블에 대한 헤지 성격이 있어서다. 국민연금은 2018년 NPL펀드 위탁운용사에 파인트리자산운용을 선정, 200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2019년에는 4000억원 규모 스페셜 시추에이션 및 디스트레시드(SS&D) 위탁운용사에 나우IB캐피탈-KB증권(2000억원), 오퍼스PE-NH PE(1000억원), 유진자산운용(1000억원)을 선정해 투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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