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노우리 기자 = SK하이닉스가 경기도 이천 M14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D램으로 전환한다. 기존 낸드 라인은 청주로 이전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신공장 착공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된 상황에서 D램 생산능력(CAPA)을 계획대로 늘려나가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견조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사업 계획을 예정대로 운용하기 위한 ‘백업 플랜(플랜B)’을 총가동하는 모습이다.
1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천 M14 P2 내 낸드 생산라인을 D램으로 전환하는 안을 최근 확정하고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2015년 완공된 M14 공장은 복층 구조로 구성됐다. 1층은 전부 D램 생산라인이고 2층을 D램과 낸드 제조시설이 반반이다. 전환이 완료되면 이천에서는 D램과 이미지센서(CIS)를, 청주에선 낸드 생산을 전담하게 된다.
M14 생산라인은 각 층에서 웨이퍼 기준 최대 월 10만장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계산하면 전환 완료 시 약 5만장 규모의 D램 생산라인이 M14에 추가되는 셈이다. 다만 장비 이전에 시간이 걸리는 데다, 시황에 맞춰 장비를 입고하는 만큼 라인 전환이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기까진 일정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M14 낸드라인을 D램 제조시설로 전환하는 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신공장 건설이 지연됨에 따라 ‘백업 플랜’ 가동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애초 용인 신공장을 D램 위주의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로 삼고 장기 사업계획을 세웠는데, 건설 시점이 지연되면서 시황에 맞춰 언제라도 D램 라인을 추가할 수 있을 만한 ‘예비 유휴공간’이 절실해진 것이다.
반면 낸드의 경우 인텔 사업부 인수로 해외 생산기지가 늘어났고, 청주 M15에 지난해와 올해 걸쳐 ph2·ph3에 공간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가 이뤄진 만큼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설 유휴 공간에 여유가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용인 신공장 건설까지 신규 공장 부지가 없어 미세공정 전환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에 “메모리 수요의 급격한 증가 시 M14 낸드 라인이나 노후화된 M10을 활용하는 등 ‘백업 플랜’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백업 플랜'의 존재를 언급한지 약 10개월 만에 회사의 구상이 베일을 벗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노종원 사업총괄 사장은 "향후 몇 년간 시장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생산능력을 점진적으로 늘려가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하며 재차 유휴부지 확보 필요성을 강조했다. 메모리 시장 규모는 꾸준히 커질 것이고, 극자외선(EUV) 등 최첨단 공정 도입에 따른 장비 대형화 추세로 필요한 유휴 공간 규모도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최근 청주에 SK하이닉스 M17 공장 건설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용인 클러스터가 올해 착공에 들어간다 해도 SK하이닉스 첫 번째 공장 완공은 2027년쯤이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시장 변동 상황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안정적인 사업 운용을 위해 생산능력을 늘릴 수 있는 유휴 공간을 미리 확보해놓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