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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관광 60년]③"99년간 제주땅 빌려줘"…미국 기업가의 황당 제안

뉴스1

입력 2022.05.14 07:00

수정 2022.05.14 07:00

헬기에서 바라본 제주 성산일출봉의 모습(뉴스1DB)) 2012.9.10/뉴스1
헬기에서 바라본 제주 성산일출봉의 모습(뉴스1DB)) 2012.9.10/뉴스1


공사중단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뉴스1
공사중단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뉴스1


[편집자주]제주관광산업은 관광진흥법에 근거해 제주관광협회가 설립된 1962년 2월22일 이후 올해로 60년째를 맞았다. 전쟁과 4·3을 딛고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제주도가 어떻게 국제관광지로 떠올랐는지 살펴보고 제주관광 발전에 기여한 업계 사람들과 흥미로운 뒷얘기 등을 연중 소개한다.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99년간 빌려달라 제주관광 맡겠다."

1964년 10월29일 조선일보에 이같은 제목의 글이 실렸다.

내용인즉 미국의 한 기업가가 대한민국 건설부에 제주도에 호텔과 도박장 등을 건설하고 싶으니 협조해달라는 편지를 썼다는 것이다.

그가 편지를 보낸 1964년도는 제주관광의 형성기로 꼽히는 시기로 1961년 관광사업진흥법이 제정돼 관광발전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때였다.


이 기업가는 영화관, 수영장, 골프장, 도박장 등을 갖춘 200객실의 호텔을 제주에 건설하는 대신 해당 지역의 90정보(町步)가량을 99년간 빌려주는 계약을 맺자고 요구했다.

아마도 그는 제주에서 '동양의 라스베가스'를 꿈꿨던 것으로 보인다.

1정보가 대략 3000평이니 90정보면 27만평(89만㎡)에 달한다.

결국 이 미국인 기업가의 이 제안은 성공하지 못했다.

만약 그랬다면 2022년인 현재까지도 제주 어딘가에는 미국인 기업가의 호텔이 계속 운영을 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기사에도 정부는 정식 신청이 아니어서 논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고 공식적으로 신청서와 사업계획을 제출하면 검토할 예정이라고 나와있다.

약 60년 전 저 제안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국제관광지로서 제주의 잠재력을 탐내는 외국자본의 눈길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제주를 국제적인 투자환경을 갖춘 국제자유도시로 육성한다는 내용이 포함한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이 수립한 후 외국자본 유입이 활발해졌다.

제주도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06년 900만달러(신고액 기준)에서 2007년 3억달러로 급증한 후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10억달러 이상을 유지하다 2018년부터는 주요 투자국인 중국의 사드 여파로 2억7800만달러까지 감소했다.

2019년 4억1700만달러, 2020년 3억6300만달러, 2021년 5억500만달러 등을 기록했다.

안타깝게도 모든 투자 유치가 '성공적'으로 끝나지는 못했다.

◇대규모 외자 유치 줄줄이 좌초

제주에서 대규모 외자 유치 1호는 2005년 사업시행승인을 받은 서귀포시 예래동 예래휴양형주거단지다.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이 2017년까지 2조5000억원을 들여 서귀포시 예래동 부지 74만1000㎡에 1531실의 휴양콘도와 935실의 호텔, 의료시설, 상가시설을 짓는 사업이었다.

문장의 마무리를 '이다'가 아니라 '이었다'라는 과거형로 쓴 이유는 이 사업은 이제 역사 속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국내 관광사업분야 단일 투자 최대 규모라고 떠들썩했던 이 사업은 2015년 3월 토지수용재결처분 무효에 이어 2019년 사업 인허가 역시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1200억원이라는 막대한 손해배상액만 남기고 무산됐다.


5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사업규모로 주목받은 오라관광단지 역시 자본 출처에 의혹이 제기되는 등 수년째 논란만 일으키다 지난해 11월 도 개발사업심의위에서 사업이 부결된 상태다.

물론 모든 외국자본 투자사업이 실패로 끝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서귀포시 안덕면 복합리조트 제주신화월드의 경우 2017년 개장한 후 카지노와 호텔 등을 중심으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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