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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에 바뀌는 '과일 지도', 꿀벌 사라지면 농업 미래도 '암울'

온난화에 바뀌는 '과일 지도', 꿀벌 사라지면 농업 미래도 '암울'
지난달 7일 오후 광주 서구 서창동 한 양봉장에 벌통이 놓여져 있다. 해당 농장에서는 130통에서 사는 꿀벌이 집단폐사해 4000여만 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2022.4.7/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온난화에 바뀌는 '과일 지도', 꿀벌 사라지면 농업 미래도 '암울'
아열대작물 애플망고© 뉴스1


온난화에 바뀌는 '과일 지도', 꿀벌 사라지면 농업 미래도 '암울'
지난달 7일 오후 광주 서구 서창동 한 양봉장에서 한 양봉업자가 벌통에서 소비 한장을 꺼내 들고 있다. 해당 농장에서는 130통에서 사는 꿀벌이 집단폐사해 4000여만 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2022.4.7/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세종=뉴스1) 박기락 기자 = 지난 겨울 발생한 월동 꿀벌의 집단 폐사를 방치할 경우 더 큰 농업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재배 면적이 늘고 있는 애플망고, 패션프루트와 같은 열대과일 대부분은 꿀벌에 수분(꽃가루받이)을 의존한다. 대표적인 국내 과수작물인 사과와 배도 지난 겨울 야생벌 개체가 감소하면서 인공적인 꿀벌(서양벌) 활용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당국의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15일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지난 겨울 월동 꿀벌의 폐사 피해가 가장 컸던 전남 지역에서 수분용 꿀벌을 구하지 못해 수박, 멜론 등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수박, 참외와 같은 시설재배 과채류는 통상 3~4월이 되면 꽃가루를 옮겨주는 꿀벌을 이용해 수분을 실시한다. 과일을 얻기 위해 식물도 수정이 필요한데, 꿀벌이 활동하는 과정에서 암술에 수술 꽃가루를 묻혀 수정이 이뤄지게 하는 방식이다.

사람이 일일이 꽃가루를 옮기는 인공수분 방법도 있지만 꽃이 핀 3~4일내 수정이 이뤄져야 해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꿀벌을 활용한 수분이 아직까지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통용되는 이유다.

하지만 올봄 많은 시설농가들이 제때 수분용 꿀벌을 구하지 못해 품질 저하나 생산량 감소 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수박 농가의 경우 (수분용 꿀벌 부족으로) 하우스 1개당 15~20%의 생산비용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착과(과일맺힘)가 이뤄지는 6월쯤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산한 지난 겨울 월동 꿀벌 폐사 규모는 78억마리로, 전체 평년 사육마릿수 대비 6%가 감소했다. 폐사 원인은 해충과 이상기후로 추정될 뿐 명확하게 규명되지는 않았다.

농진청은 지난 겨울 대부분 피해 봉군에서 해충인 응애가 관찰됐고, 일부 농가의 경우 꿀벌응애류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목적으로 여러 약제를 최대 3배 이상 과도하게 사용해 월동 전 꿀벌 발육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9∼10월 저온현상 발생으로 꿀벌의 발육이 원활하지 못했고, 11∼12월에는 고온으로 꽃이 이른 시기에 개화했는데 월동해야 할 일벌들이 화분 채집에 나섰다 체력이 소진돼 돌아오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매년 꿀벌 개체수는 줄고 있지만 벌을 활용해 수분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는 부분이다. 지구 온난화로 대표 과일인 사과·배 등의 주산지가 북상하고 남부지역에서는 과거 제주도에서 생산하던 애플망고, 패션프루트와 같은 아열대 작물의 재배가 늘고 있다.

이들 작물 대부분은 꿀벌에 수분을 의존하고 있어 폐사가 이어질 경우 생산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농진청 관계자는 "애플망고의 경우 육지 재배면적이 제주 지역의 면적을 넘어섰다"며 "지구 온난화로 아열대 작물의 재배가 늘고 있는데 대부분이 꿀벌에 수분을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올 4월 '꿀벌 피해현황 및 대책 추진'을 통해 지자체 예산으로 지역별 벌 구입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월동 꿀벌 폐사' 사태를 '농어업재해대책법' 상 '농업재해'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이상기후와 이번 꿀벌 폐사의 인과성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다.

이에 농가에서는 꿀벌 감소가 농업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미칠 것이라며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농진청 관계자는 "양봉협회 등과 꿀벌 폐사의 원인 규명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라며 "이상기후 상시화에 대비해 꿀벌 관리와 병해충 발생 피해를 최소화하는 연구개발과 기술 보급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