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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학생 경계가 없는 곳"…대구 삼일야간학교 졸업식

뉴스1

입력 2022.05.15 07:03

수정 2022.05.15 07:03

대구 달서구 서남시장에 자리한 삼일야간학교 입구. 2022.5.14/뉴스1 © News1 이성덕 기자
대구 달서구 서남시장에 자리한 삼일야간학교 입구. 2022.5.14/뉴스1 © News1 이성덕 기자


지난 13일 오후 7시30분 대구 달서구 서남시장에 자리한 삼일야간학교에서 입·졸업식을 진행하면서 선생과 학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2.5.14/뉴스1 © News1 이성덕 기자
지난 13일 오후 7시30분 대구 달서구 서남시장에 자리한 삼일야간학교에서 입·졸업식을 진행하면서 선생과 학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2.5.14/뉴스1 © News1 이성덕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인생의 선배이자 배움에 대한 열정을 가진 어르신 학생들을 보면서 무료했던 제 삶을 치유받았습니다."

스승의 날(15일)을 이틀 앞둔 13일 오후 7시30분 대구 달서구 서남시장에 자리한 삼일야간학교.

비린내가 코를 찌르는 생선가게를 지나면 골목 한켠에 위치한 판넬문에 '검정고시·한글 수업 전문 삼일야간학교'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만학도를 가르치는 삼일야간학교에서는 이날 초등교육과정을 마치는 동시에 중등과정에 들어가는 입학·졸업식이 열렸다.

학생들의 학사복을 다림질한 교사들은 "우리 인생도 곧게 폈으면 하는 바램으로 구김을 펴고 있다"고 했다.


이날을 마지막으로 학교를 떠나게 되는 교사 박문영씨(23·여)는 "2년 동안 학생들과 함께 하면서 진심과 열정을 가슴에 익히게 됐다"며 "학생들이 '가족들 앞에서 당당해지고 싶다'며 한글을 배우러 오는 모습을 보면서 '배움'에 대한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업 과정을 못따라간 한 학생에게서 서툰 글씨로 '미안하다'는 마음을 눌러 담은 손편지를 받았는데 잊고 지냈던 진심을 깨우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인생 후반에 '진짜 나'를 찾고 있다.

초등생 교육과정을 마친 김영애씨(63·여)는 "글을 깨우쳐서 꿈을 펼치고 싶다"며 "신학 공부를 마쳐 전도사가 되고 싶고 하늘에 있는 남편에게 손편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김정애씨(54·여)는 "집에 가면 배운 것들이 생각나지 않아 답답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지만 선생님들이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니까 열심히 따라가서 꼭 꿈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삼일야간학교는 1972년 개교해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김대희 교장은 "배움에는 평등해야 한다"며 "배우고자 하는 학생이 있는 한 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교 50주년을 맞아 운동회, 문화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담은 사진을 모두 꺼내 기록하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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