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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2번째 블랙홀 포착…'인터스텔라' 시공간여행도 입증 가능할까

기사내용 요약
한국 포함 국제연구진 세계 8개 전파망원경 연결해 '궁수자리 A' 관측
2019년 발견 'M87' 블랙홀과 닮아…일반상대성 이론 다시 한번 증명돼
"은하 형성·진화 난제에 한걸음…우주 초기 비밀 푸는 노력 지속"

인류 2번째 블랙홀 포착…'인터스텔라' 시공간여행도 입증 가능할까
▲네 그룹으로 나눈 궁수자리 A 블랙홀 이미지 (사진=천문연구원 제공)
[서울=뉴시스] 이진영 기자 = 인류가 '블랙홀' 관측에 두 번째로 성공했다. 한국 연구자들이 포함된 국제 공동연구진이 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초대질량 블랙홀'의 실제 이미지를 최초로 포착해 공개한 것이다. 앞서 2019년 4월 처녀자리은하단에 속한 M87 중심부의 블랙홀 이미지를 최초로 공개한 데 이어 3년 만이다.

100여년 전 일반상대성 이론을 통해 블랙홀의 존재와 형태를 예측한 아인슈타인 조차도 확신 못한 개념인 블랙홀의 비밀에 다가가기 위한 인류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 등이 참여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 국제 공동 연구진은 지난 12일 천체물리학저널에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Sgr A)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중심의 검은 부분은 블랙홀과 블랙홀을 포함하는 그림자이고, 고리의 빛나는 부분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다.

◆2019년에 이어 두번째 블랙홀 포착 성공

지구에서 약 5500만 광년 떨어진 은하 M87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의 그림자를 2019년 4월 관측하는 데 성공한 이후 3년 만에 나온 성과다.

인류는 블랙홀을 관측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직접적으로 천체에서 빛이 나오지 않아 관측하는 방법이 제한적이었다.

이에 연구진은 전 세계 협력에 기반한 8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한 EHT로 높은 민감도와 분해 능력을 가진 지구 규모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어 2019년에 이어 이번에 다시 한번 블랙홀의 모습을 잡아냈다.

◆인류가 직접 관측한 블랙홀 중에 가장 가까운 블랙홀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약 2만7000광년 떨어진 궁수자리에 자리 잡고 있다. 질량이 태양보다 약 400만배 크다.

태양계로부터의 거리가 M87 블랙홀과 비교해 2000분의 1 정도로 가까워 블랙홀 연구의 유력한 대상이다. 그러나 M87에 비해 1500배 이상 질량이 작아, 블랙홀 주변의 가스 흐름이 급격히 변하고, 영상이 심한 산란 효과를 겪어 M87에 비해 관측이 어려웠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천문연 손봉원 박사는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집단지성으로 인류가 직접 관측한 블랙홀 중에 가장 가까운 블랙홀"이라고 말했다.

◆빛까지 빠져나올 수 없는 극한의 중력을 갖는 천체

블랙홀은 검은(black) 구멍(hole), 즉 강한 중력에 의해 물질이 극단적으로 수축해 쪼그라든 나머지 자신의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극한의 중력을 갖는 천체다. 우주에서 가장 극적이고 낭만적인 현상 중의 하나로 꼽힌다.

특히 은하 중심에는 적어도 1개 이상의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은하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은하 중심부에는 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에 이르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다.

◆아인슈타인 블랙홀 예측 정확성 재확인

블랙홀은 18세기에 처음 제시된 개념이지만 과학연구 대상이 된 것은 1915년 불세출의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시작됐다.

일반상대성 이론은 '어떤 물체가 존재하면 주변 시공간은 물체의 질량 등에 영향을 받아 휘어지고, 질량이 크면 클수록 시공간이 더 많이 휘어진다'는 내용이다.

또 극도로 큰 질량을 갖고 있는 천체는 그만큼 큰 중력을 갖게 되고 결국 어떤 물질, 심지어 질량이 0인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는 블랙홀이 된다. 또 블랙홀의 경계면인 '사건의 지평선'(EH: Event Horizon)은 대략 원형에 가깝고, 그 크기는 질량 규모에 따라 예측할 수 있다고 봤다.

EH를 넘으면 시공간 여행이 이론적으로 가능하게 된다. 시간의 속도가 행성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묘사한 영화가 '인터스텔라'다. 인터스텔라에서는 우주선을 타고 블랙홀로 들어간 주인공이 다른 시공간 속 자신과 딸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인류 2번째 블랙홀 포착…'인터스텔라' 시공간여행도 입증 가능할까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한국천문연구원 정태현 박사가 11일 서울 중구의 한 컨벤션센터에서 사건지평선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을 통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관측·촬영한 처녀자리 은하 중심의 M87 블랙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연구자 8인이 동아시아관측소 산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과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의 협력 구성원으로 EHT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9.04.11. mangusta@newsis.com

◆블랙홀 비밀 밝히려는 인류의 행보

이론상의 산물이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블랙홀의 신비를 풀려는 과학자들의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1919년 영국의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은 개기일식 때 태양 주변의 빛이 1.61초간 휘는 현상을 관측해 일반상대성 이론이 제시하는 '시공간의 뒤틀림' 현상을 처음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2015년에는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 연구진이 사상 최초로 2개의 블랙홀이 서로 병합되는 과정에서 방출된 중력파(시공간의 잔물결)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파는 질량이 있는 물체가 가속운동을 할 때 발생하는 파동으로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

이어 2019년 4월에는 M87을 관측하는 데 성공, 즉 인류가 처음으로 블랙홀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관측에 성공한 두 블랙홀은 크기와 속한 은하가 모두 다르지만 비슷한 모양이다. 아인슈타인이 블랙홀이 둥글다라고 예측한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EHT 과학이사회의 공동 위원장인 세라 마르코프는 "궁수자리 A 블랙홀과 M87 블랙홀은 매우 유사한 모양을 보이는데, 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한 것"이라 설명했다.

인류 2번째 블랙홀 포착…'인터스텔라' 시공간여행도 입증 가능할까
▲영화 '인터스텔라' 포스터
◆블랙홀 통해 알려고 하는 것?…은하 형성·진화, 초기 우주 생성의 비밀

관측을 통해 블랙홀의 위치와 구조를 아는 것은 우주의 역사와 미래를 밝히는 초석이다. 이번 성과는 빛도 빠져나오지 못해 보이지 않는 블랙홀의 실제 모습을 재차 확인하는 것을 넘어 규명된 것이 많지 않은 블랙홀 연구의 진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과학자들은 초대질량 블랙홀이 은하의 형성과 진화, 즉 초기 우주 형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실제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고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이 별들의 최후일뿐 아니라 우주가 탄생한 시작점이기도 하다는 이론을 폈다. 블랙홀을 이해하면 우주의 시작과 끝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 M87과 이번 궁수자리 A 블랙홀 연구에 참여한 김재영 경북대 교수는 "이전 M87 블랙홀과 비교해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제트와 같은 강력한 물질 분출 현상이 없는 블랙홀로, 이 두 블랙홀의 EHT 영상을 함께 연구함으로써 현대 천체물리학의 가장 큰 난제들 중 하나인 블랙홀 제트의 물리적인 기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일반상대성이론의 정밀한 검증 등 새로운 결과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HT 연구진이 최근 초대질량 블랙홀 주변의 부착 흐름을 분석하는 이론을 세우기 시작한 것은 이런 성과가 누적됐기 때문이다.

궁수자리 A 블랙홀의 영상화 과정에 참여한 조일제 박사(스페인 안달루시아 천체물리연구소)는 "이번 영상은 빠르게 변화하는 블랙홀의 그림자를 포착해 천체가 정적이라고 가정하고 촬영하는 기존 전파간섭계 영상화 과정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머지않아 블랙홀로 물질이 빨려 들어가는 과정도 직접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대만중앙과학원 천체물리연구원의 케이치 아사다는 "이번 연구를 통해 초대질량 블랙홀 중 가장 큰 편인 M87 블랙홀과 가장 작은 편인 궁수자리 A 블랙홀 영상을 비교·분석해 중력이 극단적으로 다른 상황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느 때보다 더 자세히 테스트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t@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