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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방위사업과 新부국강병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15 18:49

수정 2022.05.15 18:49

[차관칼럼] 방위사업과 新부국강병
세계적으로 국가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부국강병이 화두가 되고 있다. 부국은 나라를 부유하게 만드는 것을, 강병은 강한 병사나 군대로, 합치면 경제력을 넉넉하게 하고 군사력을 튼튼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이 개념은 춘추전국시대 처음 등장한 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나라들이 추구했으나 성공한 나라는 많지 않다.

부국과 강병은 별개로 생각하기 쉽지만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분야가 방위사업이다. 방위사업의 목적은 방위력 개선사업과 방산 육성을 통해 선진강군 육성과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방위사업은 1970년대에 자주국방을 기치로 국방과학연구소를 설립하며 시작됐다.

이후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과 함께 방위산업은 국내 연구개발(R&D) 우선정책 등 방산 육성정책을 통해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강병과 부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노력이 이어졌는데, 특히 수출형 방위산업으로 전환하며 방산경쟁력을 갖추게 됐고 작년 방산수출액은 70억달러를 넘으며 방산수출국이 됐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해서 안된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갈등은 심화되고, 기술패권이 곧 안보로 이어지는 첨단산업 안보화가 강화됨에 따라 기존 방위사업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국방 R&D를 통한 무기가 수출로 이어지고, 그 성과를 다시 방산 발전을 위해 투자하는 등 강병이 부국으로 다시 강병으로 이뤄지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세계 자주포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K9자주포는 개발 후 지속적 성능개량으로 우리군 전력을 증강시켰고, 이를 바탕으로 성사된 첫 수출 후 전 세계 2000문 이상 운용하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며 수출은 더 확대되고 있다.

방사청은 방산 수출의 비약적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 강병으로 이어지는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해 양자 등 8대 게임체인저 신무기와 핵심기반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동시에 미래무기 개발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하이테크(High-tech), 군이 필요로 하는 무기체계를 신속하게 개발하는 미디엄테크(Medium-tech) 등 단계별 전략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방산업체들이 고난도 기술에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혁신기술로부터 무기 수요를 창출할 수 있도록 방사청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이렇게 개발한 첨단무기는 다시 수출로 이어져야 한다. 방산 수출은 안보동맹의 상징이자 정부 간 중요한 외교활동이며, 다른 방산 발전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방사청은 다른 부처와 공조를 강화하고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과 시스템을 바꿔 나가는 한편, 전문기업 육성과 인재 확보 등에도 신경써야 한다.

올해 말 노르웨이와 호주의 차기 전차, 장갑차 사업에 각각 K2전차와 레드백이 선정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성사된다면 K2전차의 우수성이 우리 자동차 기술 인정으로 이어져 자동차 시장을 이끌 수 있고, 레드백 수출은 다른 수출로 이어지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강병이 부국으로, 부국이 다른 부국으로 이어지는 패러다임을 열 수 있다.
방위산업을 통한 신(新)부국강병 시대가 열릴 것이다.

강은호 방위사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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