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소주 3병은 마셔야" 대표 갑질 폭로… 대법 "명예훼손 안돼"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17 18:09

수정 2022.05.17 18:09

SNS에 '갑질 회식' 대표 비방 글
대법 "압박감에 과장된 표현…
사회적 관심 환기 목적" 파기환송
SNS에 자신이 다녔던 회사 대표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더라도 명예훼손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소 과장된 표현을 했더라도 글을 올린 동기가 직장 생활의 문제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함이라면 공공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2017년 3월부터 5월까지 인터넷 영상 제작업체에 근무했던 A씨는 2018년 4월 이 회사 대표 B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올려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퇴사 후 11개월 지난 시점에서 자신의 SNS 계정에 B씨를 겨냥해 "무슨 지병이 있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모두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시고 돌아가야 했다" "어떤 날은 단체로 룸살롱에 몰려가 여직원도 여자를 초이스 해 옆에 앉아야 했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다. 그런데 조사 결과 B씨가 술을 마시지 못하는 직원들에게 소주 3병 이상의 술을 마시도록 강요하거나 만취한 직원들에게 과음을 강권한 사실이 없었고, 직원들을 룸살롱에 데리고 가 여직원이 유흥접객원과 동석하도록 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심은 "회사의 대표인 피해자가 파도타기나 벌주 등 다소 강제성을 띠는 음주방식으로 술을 마신 적은 있었으나, 직원들이 모두 술자리에서 음주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글의 내용, 표현방법과 전파방법, 그 동기나 경위 등을 모두 고려하면 이 글이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거짓 된 사실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게시글 중 '술을 강권했다'는 내용은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룸살롱' 부분은 무죄로 보고 벌금 액수를 100만원으로 낮췄다. 2심은 실제로 룸살롱과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는 가라오케 주점에서의 회식 자리에 여성 직원이 참석했음에도 여성 접대부를 동석케 한 사실이 있는 등 이를 허위라고 볼 수 없다"며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을 순 있지만, 대체로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이 회사는 소규모 스타트업으로, 직원들이 진술서에서 '거부하기 어려운 술자리 문화'를 이유로 떠난 직원이 있다고 밝히기도 하는 등 회사 분위기가 술 문화에서 유연하지 않은 정황이 있고, 글을 게시할 당시 사회적으로 '갑질' 논란이 큰 상황에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소규모 스타트업 현실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됐다고 대법은 봤다.

대법원은 "이 사건 게시글은 주요 부분에 있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일부 표현은 사실과 다르지만, 피해자가 주도하는 술자리에 참석한 근로자의 입장에서 음주의 양과 속도를 조절하기 어려웠던 상황과 당시 느꼈던 압박감에 대한 다소 과장된 표현이나 묘사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스타트업 기업의 사내 문화 등은 사회구성원 다수의 공통의 이익과 관련된다고 볼 수 있고, A씨가 글을 게시한 목적이나 동기가 당시 사회적 관심사였던 '직장 갑질'이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에도 존재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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