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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톡] 일본 속 두 개의 한국

[재팬 톡] 일본 속 두 개의 한국
일본 도쿄 신오쿠보. 역사 중앙 벽에 설치된 '의인, 고 이수현씨와 세키네 시로씨의 추모비' 앞을 지나쳐 개찰구 우측 방향으로 나오면 여기서부터 메이지도리에 이르는 대략 약 1㎞ 구간이 바로 '한류의 성지'로 불리는 신오쿠보 코리아타운이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신오쿠보는 일본의 1020세대가 몰리면서 늘 활기로 가득하다. 일본 10대들의 문화중심지 노릇을 해온 하라주쿠의 인파를 넘어설 정도다. '일본 속 작은 한국'을 느끼고 싶어하는 젊은이들로 한식당은 만석이고, 한국 화장품·패션 편집숍들도 붐빈다. 이곳에서 오랜 세월 장사를 해온 사람들은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직후 고사 지경이었던 신오쿠보 상권이 이제는 양국 정치갈등에도 끄떡없게 된 것 같다"고들 했다.

이미 한류붐은 긴자·시부야 등 중심가를 거쳐 일본 사회의 생활 전반으로 확산돼 가는 양상이다. 지난 14일 CJ ENM의 '케이콘 2022 프리미어 도쿄' 행사 직후 만난 일본의 한류 전문가 후루야 마사유키씨(방송인)는 "한국이란 나라는 이제 일본에서 디즈니랜드, 유니버설스튜디오처럼 하나의 테마파크 문화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이런 적이 없었다"고도 했다.

일본 현지 교민들은 이런 변화를 더욱 뚜렷하게 느끼고 있는 듯하다. 일본 여성과 결혼해 현지에 정착한 한 한국인은 "혹시나 성장기 애들이 아빠가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진 않을까 염려돼 아빠가 한국 사람이란 걸 말하지 말라고 좀 부끄러운 부탁을 했는데 웬걸, 어느 날 초등학교 고학년인 딸아이가 '하프(혼혈)'인 걸 스스로 고백했다고 하더라. 요즘 세태인지는 모르겠으나 한일 혼혈인 것을 애들 사이에서는 되레 좀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일본에는 '2개의 한국'이 존재한다. 앞의 얘기는 최근 한류붐을 타고 일본의 1020세대를 중심으로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오샤레(일본어로 멋지다는 뜻)한 나라, 한국'에 대한 것들이다. 다른 한국, 과거 오랫동안 일본 사회에 뿌리깊게 박힌 '옛날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여전하다. 식민지였던 나라, 일본보다 못사는 나라다.

지난해 7월 일본 후지TV의 한 시사프로그램에선 사회자가 이런 말을 했다. "일본 식민통치가 국가 간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의사에 반해 지배를 당했다는 것이 한국 국민들의 상식인 겁니까." 해방 77년이 지나도록 무슨 '합법적 지배'니 '국가 간 합의에 의한 식민지배'니 하는 비상식적 얘기를 지상파 사회자가 당연스럽게 말하는 것도, 한국에 대한 또 다른 단면이다.

과연 어떤 한국이 더 우세해져 갈까. 일본 내 한국의 이미지는 매우 입체적이며, 변화의 과정에 놓여 있다. 누군가는 "2개의 한국은 없다.
역사 문제에 있어선 일본인들에겐 하나의 한국만 있다"고 했다. 이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문화의 힘, 한류의 힘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도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