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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바이든 韓日순방에 '날선' 中 정부·매체·전문가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19 14:46

수정 2022.05.19 14:46

- 양제츠 "사리사욕으로 아·태 이익 해치는 행위 통하지 않을 것"
- 왕이 "일본은 역사의 교훈을 얻으라"
- 시진핑 "장벽 반대, 중국은 높은 수준에서 RCEP 이행"
- 관영 매체 "IPEF는 중국 디커플링", 전문가는 IPEF 평가절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창립 70주년 행사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화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창립 70주년 행사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화상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정부·관영 매체·전문가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순방(20∼24일)을 앞두고 직설적인 경고의 목소리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출범과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정상회의에 잔뜩 날이 선 모습이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 중심의 동맹 강화를 경계 혹은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 등에 따르면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전날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를 갖고 “사리사욕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을 해치는 어떠한 행위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파벌을 끌어들여 분열과 대항을 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실현될 수 없다”고 밝혔다.


양 국원은 이익을 해치는 행위나 분열·대항 시도가 무엇인지 언급하진 않았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20일부터 한일 순방에 나서는 점, 한국이 IPEF에 참여키로 한 점, 일본 방문 중 IPEF가 출범하는 점, 쿼드 정상회의도 열리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같은 날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갖고 쿼드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미국 대통령이 방문하기도 전에 미국과 일본이 손잡고 중국에 대항하는 논조가 난장판을 이루는 것이 우려와 경계를 자아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미 양자 협력은 진영 대항을 유발해서는 안 되며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해쳐서는 더욱 더 안 된다”며 “일본 측은 역사의 교훈을 얻으라”고 강조했다.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 국가주석은 다자무역체제 지원, 세계 공급망 안정, 진정한 다자주의 견지 등을 거론하며 미국의 동맹 강화 움직임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창립 70주년 기념행사 영상 축사에서 “우리는 대립 없는 대화를 견지하고 장벽을 세우지 말아야 한다”면서 “중국은 높은 수준에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이행하며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의 고품질 공동 건설을 추진해 더 많은 것을 제공하겠다”고 주장했다.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동맹, 파트너 국가를 규합해 추진하는 일종의 경제협의체다. 따라서 중국이 주도하는 RCEP의 대항마 성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정부의 입 역할을 하는 관영 매체들도 IPEF에 대해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중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9일자 사설에서 “다른 나라들과 중국을 디커플링시키고 안보 영역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중국을 배격하는 ‘소그룹’을 만들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을 놓고도 “한 대국의 지도자가 다른 대국의 주변 국가에 가서 공개적으로 도발하고, ‘진영화’ 체제를 설계해 협력·발전을 위한 지역의 기존 양자·다자 체제를 파괴하려 시도”라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미국의 이른바 반도체 협력 계획을 거부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의 현 상황은 미·중 간 경쟁 구도에서 ‘편들기’를 피하고 미묘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한국은 중국과 협력을 통해야만 미국과 협상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IPEF를 평가절하 했다. 허웨이원 중국세계화연구소(CCG) 선임 연구원은 IPEF를 “냉전 전략”으로 규정하면서 “RCEP, 세계무역기구(WTO), 주요 20개국(G20)의 기존 정책과 겹치며 실질적인 지역 무역 협정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공허할 뿐”이라고 비난했다.


위샹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 연구원은 “시기도 중요한데, 내년에 전 세계는 코로나19로부터의 경제 회복에 집중할 것이고 이러한 정치적 포위는 누구의 우선순위도 되기 힘들어 IPEF의 효과는 크게 제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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