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대법, 피고인 비약상고 '항소' 효력 첫 인정…판례 변경

뉴스1

입력 2022.05.19 15:30

수정 2022.05.19 17:08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앞두고 착석해 있다. 2022.5.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앞두고 착석해 있다. 2022.5.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피고인이 1심 재판 결과에 불복해 '비약적 상고'를 한 상황에서 검사는 '항소'를 해 항소심이 진행됐다면,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도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는데, 판례가 변경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9일 강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A씨는 강도와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전자장치 부착명령 10년을 명령받았다.

이후 A씨는 항소장이 아닌 비약적 상고장을 제출했다.

비약적 상고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2심)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상소다.

통상 재판절차는 1심 판결에 불복할 경우 '항소'를 해 2심으로 간다. 2심 결과에서도 불복한다면 '상고'를 해서 대법원으로 가는 구조다. 이렇게 판결에 대해 상급법원에 불복을 신청하는 행위를 통틀어 '상소'라고 한다.

형사소송법상 1심판결에 대한 비약적 상고는 항소가 제기되면 효력을 잃는다. 한쪽의 일방적인 비약적 상고로 상대방이 심급의 이익을 잃지 않도록 하고, 동일 사건이 항소심과 상고심에 동시에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이다.

이 사건에서 검찰 측은 A씨가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이후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형사소송법에 따라 항소심(2심)이 진행됐다.

이어진 항소심에서 A씨 측은 항소이유서를 다시 제출하고 공판에서 심신장애 및 양형부당을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항소에 관한 판단은 하지 않고, 검사의 항소만을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A씨가 비약적 상고만을 제기하고, 정해진 기간 안에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A씨 측의 주장은 아예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후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왔다.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하는 경우 형사소송법에 따라 '상고'의 효력을 잃게 되는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항소기간 준수 등 항소로서의 적법요건을 모두 갖췄다면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봤다.

형사소송법에 '상고'의 효력을 잃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보장할 수 있는 법률해석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의사에는 비약적 상고가 검사의 항소 제기로 상고의 효력을 잃게 되는 경우 '항소' 등 가능한 다른 형태로 1심판결의 효력을 다투는 의사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더라도 형사소송절차의 명확성과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안철상·노태악·민유숙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안 대법관과 노 대법관은 형사절차 규정에 대한 문언해석의 중요성과 소송절차상 안정을 이유로 종래 대법원 판례가 타당하다고 봤다.

민 대법관은 비약적 상고와 항소에 있어서 피고인의 의사가 서로 구분되어야 한다며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종래 판례가 변경됨으로써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의 상소심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고, 하급심판결의 위법사유를 시정할 수 있는 소송당사자의 절차적 권리가 보다 확대되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