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약한 처벌이 '횡령 공화국' 만든다... 올해 피해액 3000억 넘어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19 18:16

수정 2022.05.19 19:54

회수금액은 0.04% 불과
금융범죄보다 양형 낮아
올 초 오스템임플란트의 20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사건 이후 서울 강동구청, 우리은행,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과 관공서를 망라하고 횡령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관계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관련법 부재로 나타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발생한 주요 횡령 사건의 피해액은 3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대략적인 피해액만 해도 △오스템임플란트(2215억원) 우리은행(대략 664억원) △계양전기(246억원) △강동구청(115억원) △아모레퍼시픽(30억원대) △클리오(19억원)이다.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모 통신사의 횡령액 수십억원까지 더하면 액수는 더 늘어난다.

횡령범들은 횡령금 모두 가상화폐, 주식 등 투자에 활용했다.
지난 1월 오스템임플란트 재무관리 직원은 회사 자금을 빼돌려 개인 주식 투자 등에 사용하다 꼬리가 잡혔다.

계양전기 재무팀 대리 또한 가상화폐거래소의 선물옵션 투자, 해외 도박사이트, 주식투자, 유흥비, 게임비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600여억원을 횡령한 우리은행 직원도 선물옵션 상품에 투자해 300억 이상 손실본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코로나19로 인해 자산시장이 폭등하는 바람에 이 대열에 따라들어가기 위해 무리한 범죄까지 감행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소위 '슈퍼 개미'들이 속출하자 직장인 사이에서는 포모증후군(FOMO, fear of missing out)이 광범위하게 퍼지기도 했다. 실제 대다수 횡령범들은 올해 초 자산시장의 냉각 이후 자산을 탕진하자 횡령 사실이 밝혀졌다.

횡령사건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횡령 사건으로 잡히더라도 횡령액을 전부 회수하는 경우는 드문 탓에 이를 악용하는 범죄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횡령 범죄는 지난 2014년 3만8646건에서 2017년 5만2610건, 2020년 6만539건으로 증가 추세다. 특히 2020년 발생한 횡령 범죄의 총 피해액은 2조7376억원이다. 회수한 금액은 1312억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0.04%에 불과하다.

횡령범이 장기복역을 각오하고 재산을 해외나 차명으로 은닉하면 회수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법원에서 추징 명령을 내리더라도 재산이 실제로 없으면 집행 할 수 없고, 가족 재산이 있어도 해당 재산이 횡령범 소유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절차가 있어 회수가 쉽지 않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조직의 시스템 개선과 함께 법령 개선을 요구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횡령 사건을 개인의 일탈 이라기 보다 조직의 시스템 부재로 보는 게 맞다"며 "다른 금융 범죄보다 낮은 양형 기준은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흔히 횡령범들은 '카지노에서 탕진했다'는 방식으로 돈 세탁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며 "밝혀진 범죄금액을 모두 찾을 수 있도록 추적 시스템을 개선해야한다"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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