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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의견> 고조되는 '국제안보 불확실성'과 '한미 정상회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20 06:56

수정 2022.05.21 13:29

21일 한미정상회담 핵심은 '생존·성장·국방강화' '동맹·북핵·중국' 
[파이낸셜뉴스]
지난 16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6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뉴스1
미·중 전략적 경쟁에서 촉발된 신냉전의 가속화와 러시아의 침공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안보질서의 구조적 긴장이 높아지고 불확실성 또한 심화하고 있다. 북유럽에선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공식화하면서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중립국 기제가 와해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의 윤석열호 새 정부가 지난 10일 출범했다. 일본도 지난해 10월 기시다 내각이 출범했다.

이런 상황에서 1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한국 및 일본 등 첫 아시아 순방길에 올라 인도·태평양 전략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이번 바이든 미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길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중립국 핀란드, 스웨덴 나토 가입 공식화...스위스도 나토와 긴밀 협력, 국제사회 비난 받는 러시아 푸틴의 딜레마 깊어져
국제 정치·안보 전문가들은 동유럽에서 중립을 표방하던 핀란드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스웨덴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나토 가입 신청을 공식화했고, 현재 터키가 반대하고 있지만 결국 가입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는 핀란드로 보내는 전기를 대폭 줄이며 압박하고 있지만, 나토의 병력을 핀란드와 스웨덴으로 재배치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의 보복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스위스도 나토와 매우 긴밀히 협력하는 등 푸틴은 오히려 나토를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나토의 방어선을 밀어내려던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전쟁은 결과적으로 나토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모양새라는 설명이다. 이어 나토 회원국은 이제 인색했던 방위비 투입에 GDP(국내총생산) 2% 이상을 책정·군비 강화에 나설 것으로 조망했다.

전문가들은 또 러시아의 푸틴은 이제 큰 딜레마에 빠진 형국으로 적당한 선에서 우크라이나와 타협하며 종전을 할 것인지 아니면 밑을 알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드는 장기전을 벌일 것인지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전쟁이 어떻게 끝나든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영원한 적국으로 만들었고, 본인이 염두에 둔 전쟁 목표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제사회도 자유진영에 반대편에 선 몇 개의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푸틴의 전쟁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미정상회담, 한일관계 보완적 작동이 한국 안보이익 높여... 북핵 위협에 대한 확장억지 구체 방안 '핵 공유' 등 이끌어 내야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동아시아 최초 순방지로 한국을 선택한 것에 대해 "미국이 '미일동맹'보다 '한미동맹'을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는 식의 억측보다 '한·일이 서로 보완적'으로 작동할 때 '한국의 안보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이해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은 한국과 같은 중추적 자유주의 국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짚었다.

이른바 신냉전 기류 속에서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북·중·러 등으로 인해 미국은 한국과 같은 중견국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교수는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중 한미회담의 논제에 대해 "기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흔드는 세력에 대해 양국이 이를 함께 보존하고 대응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논의가 될 것"이라며 "양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확장억지를 강화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반드시 논의해야 하고, 그러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한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많은 부분을 미국의 확장억지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 신뢰가 그렇게 높지도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확장억지 방안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명기화' 한다든지, 확장억지의 틀 안에서 '핵 공유'를 시도하여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인-태경제프레임(IPEF), 글로벌 공급망 개편 전략에 한국 역할 절실...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국익에 부합
그러면서 김 교수는 미국의 인태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 관여로 바이든 행정부에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IPEF, Indo Pacif Economic Framework)이라는 경제관여 전략을 만들고 있다며 그런데 인태지역에서 역내 국가들은 중국의 경제력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어 중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지대하기 때문에 미국이 경제적 관여를 하고 이를 상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경제·기술적인 부분에서도 한국에 많은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선 "한국은 이미 2021년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중심으로 주요산업의 공급망을 재편하자는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 강화 전략'에 동참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한국은 반도체·리듐 배터리·제약품·희토류·인공지능(AI)·6G 등에서 협력하기 위해 한국의 대기업이 미국에 큰 투자를 시작했고 미국 입장에서는 이것이 더 확실히 계속해서 작동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이것을 더욱 확실하게 추진할 것이고, 한국의 역할이 절실하다. 이에 참여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다"고 진단했다.

■미·중 군사 충돌 시 한국동맹 공통위협 대응, 한국 준비 안 돼 있는 듯... 한미동맹의 지역적 군사역할 본격 논의 필요할 듯
김 교수는 한미동맹의 지역적 역할과 군사행동 가동범위 측면에선 한반도 외에 예를 들면 대만해협에서 미·중 군사 충돌의 발생 시 한미동맹의 개입과 한국군은 참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한미는 이미 지난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한미 동맹은 ‘태평양’ 지역까지 포함한 지역에서 공통의 위협에 대응하기로 했다"며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도 한미동맹이 군사적으로 구동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은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으로 보여 한미 군사동맹의 지역적 구동범위는 더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의 비핵화는 언젠가는 가능하겠지만, 짧은 시일 내에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혹은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를 의미)가 이뤄지기는 어렵다. 사실상 북한에 중·러가 뒷배 역할을 하고 있어 구조적으로 남북관계는 단기간에 좋아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문제에 대한 돌파구로써 한국의 외교·안보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북한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북한이나 유라시아를 바라보는 신북방정책보다 신남방정책을 강화해 인도·태평양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곳에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자유주의 국가, 특히 미국과 협력할 분야가 많으며 포괄적 한미 동맹이 성공하려면 윤석열 정부는 인도·태평양으로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신남방 정책을 업그레이드해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당한 우리 국익에 근거한 외교가 북·중 견제서 정상관계 형성, 세계화·중립국에서→진영화·양극화로 국제질서 파생, 부상
그러면서 김 교수는 "대한민국은 주권국가로서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고 강화할 권리가 있다. 그러한 권리를 중국이나 북한이 부정할 수도 없고, 부정해서도 안 된다"며 "한국이 IPEF에 참여한다고 하니 당장 중국이 그래서는 좋을 것 없다는 식으로 견제구를 던지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해야 한다. 우리가 당당히 우리의 국익에 근거한 외교를 하면 북·중과도 보다 정상적이고 예측 가능한 관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전략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유럽에서 수많은 전쟁을 겪으며 안보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일부 국가가 중립국을 채택했지만 이제는 이러한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보를 달성할 수 없다는 인식이 부상한 것”이라며 “이러한 불확실성은 중립국으로는 더 이상 생존이 불확실하다는 메커니즘의 변화만으로 그치지 않고 중립국이라도 나토라는 특정진영에 가담해야만 하는 구조적 압력이 증가한 것”이라고 짚었다.

반 센터장은 “글로벌 공급망 분리, 기술력 분리, 정보력 분리 등 국제정치가 두 개 진영으로 양분화되는 메커니즘이 가중될 것”이라며 “세계화는 중단되고 양분화가 부상하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반 센터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활용해 '국제질서는 불확실성이 높아져도 한미동맹은 확실성이 높아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한국이 선진강국으로서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지역 나아가 전 세계 무대에서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동맹국 미국과 함께 논의한다는 의미도 의미심장하다"고 말했다.

■한국, 지난 30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서 급속성장... 더 무임승차 안돼, 탈동조화 속 자유주의 진영 연대 강화될 것
또 반 센터장은 "한국이 넓은 무대에서 국제질서 안정을 위해 노력할 때 외교력도 높아지고 레버리지도 올라갈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반 센터장은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을 받기 위해 중·러와 밀월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양분화되는 국제질서를 역이용하는 전략이기도 하다"며 "더욱이 북한은 '핵사용 기정사실화'에도 나선 상태다. 따라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선 이것을 어떻게 상쇄할 것인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중추적 국가로 선진국 문턱에 도달했지만, 동북아의 지정학적 구도에서는 아직 소국이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주권과 영토권을 지키는데 내적 균형과 외적 균형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나라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동맹을 더 강화 하고 ‘내적 균형과 외적 균형 정책’ 사이에 ‘자주국방 능력’도 배가하는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이 큰 번영을 구가한 것은 냉전이 종식되고 국제적으로 한국의 핵심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가 잘 구동되었을 때였다.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매우 우호적인 환경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질서가 도전받고 있고 한국은 이러한 질서를 보호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 더 이상 무임승차는 안 된다. 그게 국제사회의 요구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한국이 G7과 같은 회의에 초대받아 가는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화는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 독재 국가들도 다 함께했던 질서다.
그런데 지금 국제 질서는 재편되고 있어 이들 국가들과 탈동조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는 지금 스스로 지켜야 하는 '국가들의 각자도생 시대'이기도 하지만 자유주의 진영의 연대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은 그 연대에서 국력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하고 감당함으로써 '생존과 성장, 국방강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만 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