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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사태'에도 기관투자자들은 수천억 차익... 책임론 나온다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22 14:28

수정 2022.05.22 14:28

판테라캐피탈, 100배 수익
애릴턴캐피탈·코인베이스벤처스, 2억달러 이상 벌어
갤럭시디지털 큰 손실...주가 반토막
"기관투자자 무책임한 행태가 사태 주도"
[파이낸셜뉴스] 테라USD(UST)와 루나(LUNA)의 대폭락으로 가상자산 시장의 충격이 가라 앉지 않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로 테라의 간접 홍보 역할을 맡았던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정작 테라-루나 폭락 이전 대규모 차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의 움직임을 믿고 투자에 나선 개미투자자들이 최대 피해자가 됐다. 이 때문에 다양한 정보와 분석능력을 가진 기관투자자들이 투자자를 보호하는데 무책임하게 임했다는 책임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기관투자자 믿고 투자했는데…
테라USD(UST)와 루나(LUNA)에 투자한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일찌감치 자금을 회수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테라USD(UST)와 루나(LUNA)에 투자한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일찌감치 자금을 회수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해 7월 갤럭시디지털홀딩스, 판테라디지털, 라이트스피드벤처파트너스는 테라폼랩스에 1억5000만달러(약 1900억원)의 자금을 투자했다.
지난 2월에는 점프크립토, 쓰리애로우즈캐피탈이 10억달러(약 1조2700억원) 규모의 루나 토큰 판매에 참여했다.

내로라 하는 기관투자자들의 행보에 개인투자자들이 가세, 결국 루나의 가치가 400억달러(약 50조8000억원) 이상으로 부풀려졌고, 결국 테라-루나 폭락 이후 피해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특히 기관투자자 일부는 사태 발생 전 막대한 차익을 올리며 자금을 회수하기도 했다.

가상자산 벤처캐피탈(VC) 판테라캐피탈은 테라 투자금을 회수해 100배 이상의 차익을 남겼다고 발표했다. 판테라캐피탈은 지난 해 루나 에 투자했던 자금 80%를 현금화, 170만달러(약 22억원)를 투자해 1억7000만달러(약 2200억원)를 벌어들였다고 공개했다. 테라 디페깅 직후에는 남아있던 루나의 일부를 평균 25.6달러(약 3만2000원)에 추가로 매각했다.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미처 대처하지 못하는 사이 오히려 수익을 낸 것이다.

자금조달을 추적하는 피치북에 따르면 애링턴캐피탈과 코인베이스벤처스를 포함한 투자자들도 2018년에서 2021년 사이 UST와 루나를 통해 2억달러(약 25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오픈소스 블록체인 테조스(Tezos)의 캐슬린 브라이트먼(Kathleen Breitman) 창업자는 "권도형 대표를 지지한 기관투자자들의 무책임한 행태가 루나와 UST의 흥망성쇠를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막심하다. 미국 초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Reddit)의 루나 게시판에는 전재산을 루나나 UST에 투자했다는 사람들의 절망적인 게시물이 쏟아졌다.

갤럭시디지털, 루나 투자에 적극 나서

<루나(LUNA)에 투자한 주요 기관투자자>
기관투자자 내용
판테라캐피탈 170만달러 투자해 1억7000만달러 회수. 테라USD(UST) 디페깅 직후 루나(LUNA) 25.6달러에 추가 매각
애링턴캐피탈 2018~2021년 UST와 루나 통해 2억달러 이상 수익
코인베이스벤처스
갤럭시디지털 2022년 1·4분기 가상자산 투자 통해 3억5500만달러 수익. 루나 비중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나. 5월 초 대비 주가 반토막
바이낸스 루나에 300만달러 투자. 한때 16억달러에 이르렀지만 현재 3000달러. 루나 매각하지 않음

가상자산 운용사 갤럭시디지털은 올 1·4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가상자산 투자를 통해 3억5500만달러(약 4500억원)의 수익을 거뒀으며, 루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갤럭시디지털은 막대한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클 노보그라츠(Michael Novogratz) 갤럭시디지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에 문신으로 'LUNA'를 새긴 자신의 팔뚝을 자랑하는 사진을 트위터에 공유하는 등 공개적으로 UST와 루나를 지지했다. 그는 "갤럭시디지털은 루나 투자와 관련, 다양한 사업을 통해 위험회피(헤지)를 했으며, 강력한 자본과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투자 규모와 피해 여부는 밝히지 않았지만, 5월 초 까지만해도 주당 15달러(약 1만9000원) 선이었던 갤럭시디지털의 주가는 현재 7달러(약 9000원) 대로 급락한 상태다.

바이낸스도 2018년 테라폼팹스에 300만달러(약 38억원)를 투자하고 1500만개의 루나를 받았다. 루나 시세가 지난 4월 최고가를 달렸을 당시 바이낸스가 보유한 루나의 가치는 총 16억달러(약 2조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3000달러(약 38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여전히 루나를 보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 일찌감치 '기술적 결함' 지적

일부 기술 전문가들은 '테라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UST와 루나의 기술적 결함을 지적해왔다. 스칼라캐피털의 사이러스 유네시(Cyrus Younessi) 애널리스트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지난 2018년 상사에게 '루나의 폭락이 UST와 루나를 '죽음의 소용돌이'로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었다"며 당시의 메모를 공개하기도 했다.
스테이블코인인 바이낸스USD(BUSD) 발행사인 팍소스(Paxos)의 찰스 카스카릴라(Charles Cascarilla)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4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미국의 초단기국채(T-bill)를 토큰화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며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UST와 루나가 '잘 나가던' 시절 나왔던 결함에 대한 지적은 오히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테라 지지자들의 조롱을 받으며, 시장 전체로 확산되지 못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테라 사태는 기술 전문가들의 지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테라폼랩스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며 "기관투자자들도 정보력을 바탕으로 테라 위험신호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했어야 하는데, 정작 자신들의 투자금은 회수하면서 시장에는 위험신호를 제공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면이 있다"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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