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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수다방' 된 당근마켓에 '스타트업'이 몰린다

뉴스1

입력 2022.05.23 07:00

수정 2022.05.23 07:00

당근마켓 '동네생활' 서비스 (당근마켓 제공) © 뉴스1
당근마켓 '동네생활' 서비스 (당근마켓 제공) © 뉴스1


당근마켓 비즈프로필 이용횟수 2억건 돌파(당근마켓 제공)© 뉴스1
당근마켓 비즈프로필 이용횟수 2억건 돌파(당근마켓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서울 중구에서 영등포구로 이사한 직장인 A씨는 퇴근 후 '혼술'이 취미다. 새로운 동네에서 혼술집을 찾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조용한 와인바'를 검색했지만, 광고성 게시물이 대다수였다. 그는 당근마켓에 "영등포구 6가 근처에 갈만한 혼술 와인바가 있을까요?"라 글을 올렸다. 이내 3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모두 영등포구 거주자들이 추천하는 진정한 '동네 술집'이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B씨는 늦은 저녁 급하게 '꽃'을 사야했다. 이미 대부분의 꽃집은 문을 닫은 상태. 그는 당근마켓에 "꽃다발 무인자판기 위치를 찾아요"라는 글을 올렸고 '홍대역' '신촌 올리브영 앞'에 가면 찾을 수 있다는 동네 이웃들의 댓글이 달렸다.


당근마켓이 이웃 주민 간 동네 정보를 공유하는 '지역 SNS'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실제 당근마켓에선 널널한 스터디카페를 찾거나, 양심적인 치과를 검색하는 등의 지역 정보 검색이 일어나고 있다. 중고 거래라는 본연의 기능은 유지하면서 동네 커뮤니티 역할도 수행하고 있는 것. 이에 당근마켓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지역 기반 스타트업'이 등장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 한국인 3명 중 1명 '당근마켓' 접속한다

23일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이 발표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 당근마켓을 사용한 한국인은 1917만명이었다. 만 10세 이상 한국인 스마트폰 이용자가 4946만명임을 고려하면, 한국인 3명 중 1명이 당근마켓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이야기다. 당근마켓 이용자는 인스타그램(1843만명)과 배달의민족(1770만명)보다 많았으며, 전체 앱 중에서도 유튜브·네이버·쿠팡·네이버지도·밴드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당근마켓이 한국인 3명 중 1명이 사용하는 국민앱 반열에 오르게 된 배경에는 '동네생활'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동네생활은 같은 동네 이웃끼리 지역 정보를 나누고,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일종의 '동네 수다방' 같은 서비스다. 이용자들은 충치 치료 전문 치과를 묻거나, 지하철역에서 잃어버린 물품을 수소문하기도 한다. 가까이 사는 사람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다.

당근마켓의 사업 전략은 번개장터·중고나라 등의 경쟁사들과 조금 다르다. 타 중고거래 플랫폼이 택배를 이용한 원거리 중고거래를 지원한다면, 당근마켓은 실생활권 반경 4~6km 내의 동네 사람 사이의 대면 거래만 가능하다. 이같은 '지역 제한'이 이용자 입장에선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당근마켓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넘어 '지역생활 커뮤니티'가 되는 것이다.


◇ 당근마켓, 동네 스타트업 입점 '속속'


눈여겨 볼 점은 '동네 수다방'이 된 당근마켓에 '동네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남의집'이다. 남의집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의 오프라인 모임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서비스다. 동네에서 열리는 원데이 클래스나 작업실, 공방 등의 가게와 이웃을 연결하는 형태다. 이외에도 반려동물 돌봄이 가능한 이웃을 연결하는 서비스 '우주펫', 집정리·가구수거 스타트업 '우아한 정리', 동네 주민 자전거 대여 업체 '약속의 자전거' 등이 있다.

동네 스타트업의 특징은, 당근마켓의 지역 비즈니스 시스템인 '비즈프로필'과 '지역광고'를 이용해 사업을 키워간다. 물론 '네이버 스마트 플레이스' '카카오톡 채널' 등 중소상공인이 자신의 사업체를 광고할 수 있는 경로는 많다. 다만 전국이 아닌 지역 기반 사업체 입장에서 거대 포털은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소상공인 입장에선 당근마켓은 '지역별 맞춤 광고'를 시도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다.

동네 집수리 전문 스타트업 '워커맨' 관계자는 "전국이 아닌 서울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하기 때문에 정밀한 지역별 마케팅 방법을 찾아야했다. 전단지를 돌리거나 버스 광고를 해왔는데 인건비가 많이 들고 비용도 비쌀 뿐더러 광고를 하다가 중간에 멈출 수도 없는 단점이 있었다"며 "당근마켓의 지역 광고는 지역별로 정밀하게 타겟팅할 수 있어서 효율성이 좋았다. 물론 네이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도 함께 쓰고 있지만, 지역별로 타겟팅 효율은 당근마켓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 미국선 '하이퍼 로컬' 서비스 인기 급증

물론 국내 시장에선 당근마켓이 목표하는 '지역생활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거대 포털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지역 밀착 서비스를 뜻하는 일명 '하이퍼 로컬'(hyperloca)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넥스트도어'(Next Door)다. 넥스트도어는 가까운 이웃과 소통하거나 중고거래, 부동산 정보, 홈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 기반 플랫폼'으로 현재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 11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다.


넥스트도어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동시에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다. 원격근무가 늘어나고, 장거리 외출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걸어갈 수있는 가까운 동네) 정보를 찾는 이용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이퍼 로컬 서비스의 핵심은 동네에서 모든 문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2019년 9730억달러(1159조원)를 기록한 하이퍼 로컬 서비스 시장은 2027년까지 약 20% 성장해 3조6343억달러(4332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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