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술술 새는 공공부문 개인정보… 개인정보위 "조속히 대책" 말뿐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24 18:01

수정 2022.05.27 11:14

'공무원 개인정보 유출’ 사건 계기
개인정보위, 신속대책 약속했지만
6월에나 정보보호 강화책 나올듯
공직사회 관리·감독 소홀 비판에
"정부 관리·감독 강화" 목소리
술술 새는 공공부문 개인정보… 개인정보위 "조속히 대책" 말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올 1월 약속한 공공부문 개인정보 보호 강화대책 마련이 수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이 대책은 당시 수원시 권선구 공무원이 팔아넘긴 개인정보로 신변보호 여성의 가족이 살해된 사건이 계기였다. 개인정보위는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며 조속한 후속조치를 약속했지만 수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개인정보위의 대책이 늦어지면서 공직자의 개인정보 보호 인식과 유출 사건에 대한 경각심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크다. 개인정보위가 민간기업에 비해 정부 및 공기관 등 공적 영역의 개인정보보호 관리·감독에 소홀하다는 지적과 '제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공무원의 개인정보 접근 권한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물론,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개인정보위, 수개월째 대책 못내

24일 개인정보위원회는 공공부문 개인정보 보호 강화 대책 발표가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맞물려 수원시 권선구 정보유출 사건에 대한 관계기관 제재도 늦어지고 있다. 위원회 전체회의에 안건을 상정하는 일자도 잡지 못한 상태다.

정혜원 개인정보위 조사총괄과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여러가지로 복잡한 상황이어서 대책이 늦어지고 있다. 발표는 6월은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정보위는 내부적으로 이달 말을 데드라인(최종 마감)으로 봤으나 이마저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이는 개인정보위가 사건 초기 밝힌 입장과는 대조된다. 지자체 공무원이 시민의 개인정보를 팔아넘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컸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몰랐던 정부의 무책임을 성토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주무부처인 개인정보위 윤종인 위원장은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대책 마련에) 임하겠다"면서 총력 신속 대응을 약속했다. 지난 2월에도 윤 위원장은 "접근 통제, 안전관리 강화, 엄정한 법적 제재 등을 포함한 공공부문 개인정보 보호 강화대책을 조속히 발표하겠다"고도 했다.

윤 위원장이 말한 사건은 지난 1월 수원시 권선구청 건설과 소속 공무원이 차적 조회 권한을 이용해 지난 2020년 1월부터 2년에 걸쳐 개인정보 1101건을 불법 조회, 흥신소에 팔아넘긴 일이다. 이렇게 유출된 개인정보가 신변보호 여성의 집을 찾아가 가족을 살해한 사건의 단서가 됐다.

개인정보위는 이 사안에 대해 세 갈래로 진행 중이다. △수원시 권선구 유출 지자체 제재 △관계부처 개인정보 관리시스템 합동 점검 △공공부문 개인정보 보호 강화대책 수립이다. 이 중 개인정보 보호 대책은 △개인정보 안전관리 강화 △접근통제 등 시스템 보완조치 강화 △위법 공무원 가중 처벌 등을 골자로 마련 중이다.

개인정보위는 수원시 및 권선구를 상대로 개인정보 유출 관련 현장조사를 마무리한 상태다. 정 과장은 "4월 추가 조사를 끝내고 현재 법리 적용 및 처분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했다.

■공적영역 개인정보 관리 더 허술

하지만 행정·공공기관 등 공직사회의 개인정보 보호 인식이 민간보다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공무원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징계가 느슨하다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실제 2018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개인정보를 유출해 징계받은 공무원은 184명. 이 중 중징계(파면·해임)처분은 4명에 그쳤고 형사 고발된 자도 2명뿐이다. 나머지는 강등·정직·감봉·견책 등 경징계를 받았다.

더 심각한 것은 국가기관·지자체의 개인정보 유출(신고건수 기준)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유출신고는 9만6249건으로 전년(2만8092건)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지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 징계규칙에는 비밀엄수 위반 항목에 △개인정보 부정이용 및 무단 유출 △개인정보 무단조회 열람 및 관리 소홀 등의 조항이 있긴 하다. 하지만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어 한번의 음주운전에도 해임, 욕설 갑질 행위 공무원의 파면 중징계에 비해선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민간보다 개인정보보호 인식이 느슨하면서 감독당국의 '제 식구 감싸기'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구청에서 일하던 사회복무요원이 넘긴 개인정보가 범행에 악용된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같이 비공무원이 민감한 공적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일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실제 10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주체가 공공기관(16.4%)이 민간기업(300인 이상, 14.9%)보다 많다.


사정이 이런데도 개인정보 보호 감시자로서 개인정보위의 공공부문 대책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클 수 밖에 없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 후속조치를 위해) 개인정보위원회의 대책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개인정보를 유출한 공무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개인정보 보호법·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 개정안 3건이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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