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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기호 1번 vs 2번

노주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25 18:44

수정 2022.05.25 18:44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둔 25일 오전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종합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선거준비에 분주하다. 사진=뉴스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둔 25일 오전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종합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선거준비에 분주하다. 사진=뉴스1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당시 원내 1당이던 더불어민주당과 2당인 자유한국당은 기호 1번을 서로 차지하려고 혈투를 벌였다. 양당은 소속 현역의원들의 지방선거 출마를 사실상 금지시켰다. 단체장으로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면 1당이 바뀌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후보자 등록일까지 상대당보다 많은 의석수를 유지하기 위해 악전고투를 벌였다.
결과는 1번의 압승이었다.

왜 그 난리를 쳤을까. 1번 프리미엄 때문이다. 기호 1번은 대한민국의 대표 정당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을 갖는다. 과거 '정부·여당=1번'이라는 기억을 갖고 있는 고령층에선 '묻지마 1번'을 찍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야당만 찍는 '묻지마 2번'도 있지만 지방선거에서는 기호 1번이 유독 괴력을 발휘했다. 선거 홍보에 용이하고, 선거 포스터 맨 앞에 나오고, 투표용지 맨 위에 인쇄되는 장점도 열거된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기호 배정은 후보자 등록 마감일 기준으로 국회 의석을 가진 정당의 후보, 의석이 없는 정당의 후보, 무소속 후보의 순으로 결정된다. 의석을 가진 정당은 다수 의석 순이다. 의석이 없는 정당은 가나다순, 무소속 후보는 추첨을 통해 기호를 정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167석, 국민의힘 109석, 정의당 6석,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 각 1석, 무소속 8석이다. 의석수에 따라 민주당이 기호 1번, 국힘이 2번을 각각 배정받았다.

6·1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대선 결과 여야가 변경됐지만 의석 수에 따라 기호는 그대로 유지돼 헷갈려하는 유권자가 많다. 출마자와 선거운동 관계자들은 여당은 1번, 야당은 2번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고령층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는 중이다.
아직도 후보를 보지 않고 당을 보고 투표하는 유권자가 많다는 얘기다. 기호 순서가 투표 결과에 미치는 효과가 적게는 1∼3%, 많게는 8%대에 달한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남은 기간 피아의 기호 식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판이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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