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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역대급 투자 나선 재계, 규제 풀어 화답하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25 18:44

수정 2022.05.25 18:44

네거티브 체계로 바꾸고
특별법도 다시 검토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설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설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 현대차, 롯데, 한화 4개 그룹이 24일 600조원에 가까운 역대급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3~5년간 집행할 투자금액이 무려 587조6000억원에 이른다. 삼성그룹은 향후 5년간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 450조원을 투자한다. 이 중 국내에서만 360조원을 쏟아붓는다.
현대차그룹 3사가 앞으로 3년간 투자할 금액은 63조원이다. 롯데는 향후 5년간 37조원, 한화 역시 비슷한 규모로 투자에 나선다. SK, LG도 곧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기간 삼성, 현대차는 미국 현지 투자 선물을 풀었다. 이어 바로 역대급 국내 투자계획을 밝힌 것은 윤석열 새 정부의 민간주도 성장에 적극 부응한 행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동력은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환경에서 지금이 투자 타이밍이라는 절박한 상황인식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이번 투자는 미래 신사업에 집중하면서 기존 사업의 넘볼 수 없는 초격차 전략에 맞춰져 있다. 삼성은 '반도체 초강대국' '바이오 제2 반도체 신화'에 도전하고 있다. 친환경차 퍼스트무버를 강조해온 현대차는 전기차, 로보틱스 등 신기술에 사활을 걸면서 동시에 내연기관차 고도화에도 대대적 투자를 선언했다.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 싸움과 우크라이나 전쟁, 고물가로 인한 초긴축 행보로 세계 경제는 먹구름에 휩싸여 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극도의 불확실한 여건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의 분투가 비장감 넘친다. 한편에선 이윤창출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자는 신기업가정신 움직임까지 퍼지고 있다. 험난한 시대 우리 기업의 저력과 가치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이 같은 기업들의 노력에 이제 정부가 적극 보조를 맞춰야 한다. 규제개혁은 이제 말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나와야 할 때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업 규제를 '신발 속 돌멩이'라고 부르며 개선 의지를 수없이 밝혔다. 한덕수 총리는 "규제개혁은 대통령 뜻"이라며 전 부처에 규제혁신 태스크포스 구성을 지시했다. 이런 말과 지시가 보여주기로 끝나지 않으려면 행동으로 획기적인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재계는 현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는 게 숙원이다. 네거티브 규제는 법률·정책상 허용하지 않는 것만 나열한 뒤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이다. 선진국은 대부분 네거티브 규제를 채택하고 있다.

법과 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할 필요도 있다. 과거 논의됐다가 중단된 규제개혁특별법은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인 지금 더욱 절실하다. 새로운 기술은 쏟아지는데 이를 가로막는 규제조항이 개별법 곳곳에 널려 있다.
가령 현행법으로 드론 하나를 띄우는 데 적용되는 법률만 10개가 넘는다. 대한민국 법률 1300여개 중 규제조항을 담은 법률이 800개 이상이라고 한다.
규제개혁특별법이 제정되면 여러 행정기관이나 법령과 관련된 덩어리 규제를 일괄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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