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지금 기업에 필요한 것은 '자유와 시간'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26 18:31

수정 2022.05.26 18:31

[강남시선] 지금 기업에 필요한 것은 '자유와 시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두 대선 후보 이외에도 여러 조연들이 등장한다. 이준석, 이낙연, 김동연, 권성동 등 다양한 인사들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필자가 주목한 사람은 이들이 아닌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뒤 박근혜 정부에선 국무총리 후보, 문재인 정부 때는 야당인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했다. 진보와 보수를 넘나든 그의 독특한 행보도 주목할 만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철학에 눈길이 갔다.

그는 몇 해 전부터 '국가주의'를 지속적으로 비판했다.
그래서 그가 내놓은 책이 바로 '국가, 있어야 할 곳에는 없고, 없어야 할 곳에는 있다'이다. 김 교수는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국가의 역할은 '분배의 균형을 맞춰야 하되, 개인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자유와 창의를 바탕에 둔 헌법 119조 1항을 유독 강조했다. 그래서 그런지 문재인 정부에서 넘쳐나는 '국가주의'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실제 문재인 정부에선 '선한 관리자의 의무'보다는 직접 선수로 뛰는 경우가 많았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공무원을 늘렸고 소득을 높이기 위해 최저임금을 올렸다. 코로나가 유행할 당시에는 식당에서 함께 밥먹을 수 있는 인원과 시간까지 수시로 제한했다. 지방자치단체도 배달앱 등 각종 플랫폼이 인기를 끌자 공공 플랫폼을 급조하며 따라하기에 나설 정도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김 교수를 눈여겨봤다. 그의 책을 정독한 것을 넘어 대선 당시에는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대선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으로 그를 모셨다. 김 교수의 철학이 '자유'를 35번이나 언급한 윤 대통령의 취임사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시 지난 대선으로 돌아가면 당시 윤석열 후보가 쏟아낸 말 중 유독 반짝이던 발언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갈등을 빚던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와 울산 현지에서 극적으로 회동, 갈등을 봉합한 뒤 페이스북에 "가끔은 시간도 일을 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바른 길을 위해 기다리고 인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를 기업에 적용해보면 윤석열 정부에선 개인의 자유를 넘어 기업의 자유도 보장되길 기대해본다. 지난 정부에선 일본과 갈등할 당시 '일본 사태에 대해 논의하자'며 국내 5대 그룹을 수시로 불렀고 정권 막판에는 '청년 채용 메시지를 내라'며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동영상'을 찍게 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플랫폼 기업들에 대해 별도의 법안을 만들어 강제 규제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한 것은 변화의 조짐으로 보인다.
민간이 중심이 된 자율규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더불어 이제 기업에도 시간을 줬으면 한다.
정권 출범에 맞춰 기업에 투자와 고용 계획을 독촉하기보다는 실제 숫자로 그 결과를 보여줄 수 있도록 인내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다움의 시작이 아닐까 한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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