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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떠날때 스타킹에 구멍..盧 가장 인간적" 청와대 요리사 눈물의 회고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27 07:03

수정 2022.05.27 12:58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 /사진=뉴스1 유튜브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 /사진=뉴스1 유튜브
[파이낸셜뉴스] 청와대에서 약 20년간 근무한 요리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 대통령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았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으로 청와대를 떠났던 순간에 대해서도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놓았다.

요리사 천상현씨는 26일 뉴스1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 인터뷰에서 "인간적으로 기억에 남는 분은 노무현 대통령"이라며 "청와대 안에서도 권력이라는 것을 많이 내려놓고 대하셨다. 주방까지 들어오시기도 하셨다. 대통령이 주방까지 들어오시기 쉽지 않다. 그런 대통령은 없으셨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인터뷰는 최근 전면 개방된 청와대에서 진행됐다.

천씨는 김대중정부 초기인 1998년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다음 해인 2018년까지 20년간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그는 청와대 최초 중식 요리사로서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전직 대통령 총 5명의 식사를 담당했다. 청와대에서 근무한 역대 요리사 가운데 최장 기간이다.

천씨는 "노 전 대통령은 주말에 '늦게 나오라'고 하셨다. 일주일에 한 번은 '너희들 늦게 나와라. 우리가 알아서 해 먹을 테니'라고 하시고 라면을 직접 끓여 드시곤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을 때 거짓말인 줄 알았다"며 "한편으론 '왜 돌아가셨을까' 생각했고 참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전 청와대 요리사 천상현씨 /사진=뉴스1 유튜브
전 청와대 요리사 천상현씨 /사진=뉴스1 유튜브
천씨는 가장 입맛을 맞추기 편했던 대통령으로도 노 전 대통령을 꼽았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워낙 서민적으로 사셔서 가리는 음식 없이 드리면 드리는 대로 너무 잘 드셨다"며 "진짜 편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의외로 잘 드셨다. 골고루 조금씩 잘 드셨다"며 "문 전 대통령은 서민적이고 소탈한 스타일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바비큐를 좋아하셨다"며 "대통령들은 대체로 다 무난하시다. 항상 보면 대통령님들은 안 그러시는데 안주인 분들이 조금 까다로우시다"라며 웃어 보였다.

한편 대통령 퇴임 이후 천씨에게 연락한 영부인도 있었다. 천씨는 "대통령님들은 없는데, 영부인 두 분은 있다. 권양숙 여사님은 노 전 대통령 돌아가시고 10주기 때 '청와대 사람들 보고 싶다'고 하셨다. 우리 주방 사람들, 청소하시는 분들, 조경하시는 분들 봉하로 초대해 손수 밥을 해주셨다. 3년 전이다. 또 김윤옥 여사님은 저희 가게에 한 번 오셨다. 또 새롭더라"고 말했다.

천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청와대를 떠나던 날도 떠올렸다. 천씨는 "박 전 대통령님 나가실 때, 저희를 불러 '여러분들, 진실은 밝혀질 것이며, 4년 동안 음식 너무 고맙게 먹었다. 감사하다'고 하셨다.
저희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대통령님 엄지 발가락 스타킹에 구멍이 나 있어 너무 마음이 안 좋았다. 아직도 뇌리에 박혀 있다"고 회상했다.


천씨는 "요리사들은 정치적인 건 모른다"며 "탄핵을 맞으셨든, 안 맞으셨든. 그래도 다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님이셨고 한 분 한 분 저한테는 진짜 소중했던 주군"이라며 "모셨던 대통령 중 두 분은 돌아가셨는데 모두 행복하시고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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