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의도 저승사자 1호사건 '루나'… 사기죄 처벌 가능할까 [법조 인사이트]

배한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29 18:34

수정 2022.05.29 18:34

투자자들, 권도형 CEO 등 고소
남부지검 합수단, 본격 수사 착수
박주현 변호사 "가상자산 시장
법적안전망 없어 관련법 시급"
박주현 변호사 법률사무소 황금률 제공
박주현 변호사 법률사무소 황금률 제공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법적 안전망은 부족하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전무하다는 말이 맞다. 어떤 법을 적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별위원회 위원인 박주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황금률)의 말이다. 박 변호사는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테라·루나 사태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수사의지'"라며 증권·범죄 합수단에 1호 사건으로서 수사기관의 의지에 따라 처벌 가능성이 높아질 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가상자산을 규제할 법령이 부족하고 수사 방법 등의 축적이 충분하지 않아 처벌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도 지적했다.

최근 발생한 국산 가상화폐 테라USD(UST)·루나 폭락 사태에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테라 발행사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와 그 관계자들을 고소한 상태다. 고소 사건이 2년 만에 부활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에 최근 배당된 상태다.


■어려운 가상자산 수사

테라폼랩스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테라'와 자매코인 '루나'를 사고 파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해왔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값어치가 '1달러'에 고정돼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자산이다. 테라폼랩스는 테라의 가치가 변동되면 자매 코인인 루나의 공급량을 조절해 테라 1개의 가치를 1달러에 고정(페깅)되도록 조율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테라폼랩스는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가상자산금융서비스(디파이)의 일종인 '앵커 프로토콜'을 이용할 때 연 19.4%의 이자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를 유치해왔다. 하지만 이달 초 테라의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루나 역시 가치가 폭락하면서 페깅 시스템이 깨졌다. 일주일 만에 약 50조원의 시가총액이 글로벌 시장에서 증발했다.

손해본 투자자들은 권 대표 등이 알고리즘 설계 오류와 하자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등 투자자들을 기망했고, 지속 불가능한 연이율 19.4%의 이자 수익을 보장한다며 앵커 프로토콜을 개설해 수집조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유사수신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테라폼랩스가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3대 스테이블 코인으로 꼽힐 만큼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던 테라와 루나 사태가 거시적인 경제 흐름에 영향을 받았다는 해석도 있다. 헤지 펀드 등 외부 세력의 개입 의혹도 불거져 처벌에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과거에 사법 당국이 압수수색을 철저히 진행한 사례가 드물다는 점도 처벌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사법 당국은 관련 수사에서 임의제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법조계는 수사기관의 의지에 따라 처벌 가능성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 합수단의 수사 의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합수단은 테라폼랩스 전 직원과 과거 개발 작업에 참여한 직원에 대해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 등이 알고리즘 결함을 알고도 방치했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박 변호사는 "관련 증거나 피의자들, 참고인들에 대한 수사가 철저히 진행되면, 고의성이나 기망행위 입증은 오히려 쉬워질 수도 있다"며 "수사기관의 의지에 따라 루나·테라 사건을기준으로 가상자산 관련 수사 흐름도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전망 전무… 법 제정이 가장 시급

수사가 진전되는 경우 가상자산에 대한 사법 안전망 구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다. 가상자산과 관련해 형사법의 원칙들이 법으로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 명백한 사기 행각이라 하더라도 법적 처벌이 어려운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주식의 작전이 24시간,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는 곳이 가상자산 시장이라 보면 될 것 같다"며 "주식시장은 시세조작 행위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있지만 여전히 가상자산 시장은 법망이 느슨하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관련법 제정을 가장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법 제정 이전에는 사실상 피해예방이나 구제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범죄자 엄벌을 통해 가상자산에 경각심을 제고하고 주무 부서를 확정해 법 제정은 물론 관련 법제와 수사, 조사, 감사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당과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들은 테라·루나 사태 이후 긴급 당정 간담회를 열고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포함해 가상자산 관리 법체계를 만들고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변호사는 "정부와 사법 당국이 수사와 별개로 촘촘한 관련 법체계를 구축해 '가상자산 시장은 무법지대'라는 프레임을 깨주고 가상자산으로 기망행위를 할 경우 크게 처벌받는다는 점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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