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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엄지의 주식살롱] 코로나19, 한국 경제시스템은 어떻게 움직였나

뉴스1

입력 2022.05.30 06:01

수정 2022.05.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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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최근에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쓴 '격변과 균형'이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 책은 코로나19 당시 한국의 금융시장 분위기를 당국자의 입장에서 생생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당시 증권기자로서 현장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하지만, 금융당국에서 바라본 코로나19 사태는 영화보다 긴박했습니다. 코로나19 충격이 큰 문제 없이 잘 지나간 건 금융당국과 전 세계적인 공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남기고간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격변과 균형'이라는 책을 통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김용범 전 차관은 2020년 1월21일 금융시장의 이상한 움직임을 처음으로 감지했다고 합니다. 달러·원 환율이 갑자기 10원이 상승했기 때문인데요. 하루 평균 4원 수준이 오르내리던 터라 경계할 만한 변동성이었습니다. 바로 외화자금과장에게 연락해 무슨 일인지 파악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답은 홍콩 외환시장에서 코로나19(당시 우한폐렴)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신흥국 통화가 약세로 돌아섰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환율이 감염병 때문에 올랐다는 확신은 없었다고 합니다. 1월21일 한국의 낮이 지고, 미국의 날이 밝았을 때 미국에서 첫 확진 사례가 보고되었고, 전 세계는 본격적으로 코로나19를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2월에만 미국 다우지수는 37%넘게 하락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10배 빠른 속도였습니다. 김용범 전 차관은 "채권 시장에서는 기업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지면서 대규모 회사채 매도가 이어졌고, 자금 시장에선 현금 확보 경쟁이 벌어졌다. 시장 참여자들은 말 그대로 모든 걸 팔았다"고 말합니다.

미국 국채 가격이 폭락한 건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이었습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을 버리고 달러, 미국 국채 같은 가장 안정적인 자산을 사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당시 수조달러의 미국 국채를 판 것은 신흥국 중앙은행, 미국 뮤추얼펀드, 헤지펀드였다고 합니다. 신흥국 중앙은행은 미국 국채를 팔아 달러를 확보해야했고, 미국 펀드는 투자자들의 대규모 환매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안전 자산을 팔아야 했던 것입니다.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 사태는 국내 증권사들의 연쇄 도산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ELS는 기초자산이 일정한 가격 범위에서 움직이면 이익이 나오록 설계된 상품입니다. 하지만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증권사는 추가 담보를 내야합니다.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증권사는 외국계 금융사로부터 부족한 담보비율을 채우라는 마진콜 압박을 받게 된 것입니다. 하루에 수천억씩 쏟아져 들어오는 마진콜 앞에 증권사는 무너졌습니다.

더 큰 문제는 증권사가 마진콜에 대응하기 위해 달러를 구하는 과정에서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외환시장에 대해 김용범 전 차관은 "아무도 팔겠다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니 시장은 황량했다. 필사적으로 달러를 구해야 하는 누군가에게 시장의 침묵은 지옥이었을 게다. 정부만이 유동성이 급격히 메말라가던 달러자금시장에 달러를 긴급 공급해 위기의 확산을 막고 있었을 뿐이다"며 긴급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금융투자감독국장은 대형 증권사 사장 전원을 일대일로 면담해 국내 발행 ELS 전체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증권사가 구해야 하는 달러는 수조원대에 달했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달러자금시장에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와함께 정부에 공유한 ELS 규모 외에 누락된 마진콜이 발생하면 절대로 도와주지 않을 거라고 경고했다고 합니다. 이후 외환시장이 조금씩 안정화되면서 마진콜 우려는 잦아들었습니다.

코로나19 당시 미국의 반응은 훨씬 더 즉각적이고 파격적이었다고 전합니다. 김용범 전 차관은 "우리보다 더 상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의 급박한 의사결정을 보며 불안했다. 그들은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걸까. 연준은 이전에는 손대지 않았던 회사채, 기업어음까지도 전방위적으로 매입했다"고 설명합니다.

외환시장의 패닉을 종결시킨 건 '한미 통화스와프'였다고 합니다. 통화스와프란 두 국가가 현재의 환율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돈을 상대국과 교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최초 계약 때 정한 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를 의미합니다. 통화스와프는 한국 입장에서 굉장히 절실했습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미국 연준이 먼저 한국은행을 통해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겠다고 알려왔다고 합니다. 이는 1조달러 규모의 국채 대량 투매 사건이 영향을 끼쳤습니다. 미국은 시장에 미국 국채를 투매해 혼란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달러 공급을 먼저 약속하고 나선 것입니다. 김용범 전 차관은 "글로벌 금융시장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신흥국 시장이 불안해지면 미국도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연준의 자각과 빠른 의사결정이 모두를 살렸다"고 평가했습니다.

코로나19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시장에 푼 막대한 자금과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인플레이션'이라는 복병을 만났습니다. 게다가 규모가 커진 가상자산 시장도 언제 금융시장에 뇌관으로 자리할 지 모릅니다. 이에 미국은 코로나19 위기가 채 마무리 되기 전에 일찍 긴축국면으로 선회하고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시장은 혼란스러운 사태입니다.

책에서는 내국인의 해외주식투자 자금 순유출과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자금 순유입 현상이 대내외 여건이 바뀔 때 외환 수급과 외환시장에 어떤 부담을 줄지 새롭게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규모가 크고 투기적인 속성도 강해 전통 금융시장에 위험이 전이될 통로가 완벽하게 절연되어 있는지 분분명하기 때문에 이 역시 우려할 점이라고 짚습니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100%를 넘어섰습니다.
위기에 대응하느라 소홀했던 가계부채도 되돌아봐야 할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