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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62조 슈퍼추경, 물가 자극할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30 18:28

수정 2022.05.30 18:28

자영업 지원 불가피하나
부작용 대책 미리 세워야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뉴시스
62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29일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지방선거를 불과 사흘 앞두고서다. 정부안은 당초 59조4000억원이었으나 야당의 증액 요구를 여당이 받아들이면서 더 불어났다. 한덕수 총리는 30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심의,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추경안을 바로 재가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초유의 국가적 재난으로 가게 문을 강제로 닫아야 했던 이들에게 금전적 위로를 해주는 것은 정부가 응당 해야 할 일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비서관회의에서 "정부의 재산권 행사 제약 조치로 인한 손실보상은 법치국가의 당연한 의무"라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거의 숨이 넘어가는 영세업자들의 안정을 위해 재정당국에 신속한 집행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보상의 당위성과 별개로 연달아 집행된 슈퍼추경이 가져올 부작용에는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재정이 넉넉하고 물가오름세가 평시와 비슷한 시절이라면 달랐을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그렇지가 않기 때문이다. 나랏빚은 올해 1000조원을 넘는다. 정부가 추경 재원으로 믿는 초과세수 53조원도 제대로 걷힐지 확실치 않다. 여러가지로 재정에 부담이 되는 것은 맞다.

더 우려되는 건 물가다. 물가가 40년 만에 최고치로 오른 미국의 경우 6월, 7월 계속 빅스텝(한꺼번에 0.5%p 금리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월가에선 미국의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전망을 계속 내놓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당장 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올라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 다시 기준금리를 올렸다.

물가를 자극할 요소는 차고 넘친다.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패권 싸움, 초긴축 행보가 전 세계 물가를 동시다발로 끌어올린다. 이런데도 국내에선 올 1차 추경으로 이미 17조원이 풀렸고, 다시 62조원이 쏟아질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물가가 오르면 실질소득이 줄어든다"며 "새 정부는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생활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해달라"는 당부를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날 내놓은 긴급 민생대책은 이에 따른 것이다. 수입 돼지고기를 최대 20% 싸게 살 수 있게 연말까지 관세율을 0%로 낮추는 등의 지원책이 담겼다. 식용유, 밀가루 등 7개 식품원료 모두 0% 할당관세가 적용된다. 6만원 안팎의 5G 중간요금제가 도입되고, 승용차 개별소비세 30% 인하조치는 6개월 연장된다.

정치권의 슈퍼추경과 정부의 긴급 물가대책은 엇박자 행보다. 세금을 깎아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정부 정책의 효과도 장담할 수 없다.
재정이 수십조 단위로 풀리면 정책 효과는 그만큼 반감된다. 재차 강조하지만 슈퍼추경을 통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그 부작용에 대해선 선제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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