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도미노피자, 원가부담으로 가격 올렸다? 원가 따져보니…

뉴시스

입력 2022.05.31 11:26

수정 2022.05.31 11:26

기사내용 요약
제품 만드는데 사용하는 매출 원가 감소에도 제품가격 인상에 나서
매출원가비율 피자헛 대비 10% 낮은데도 비슷한 가격대 제품 판매

(출처=뉴시스/NEWSIS)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도미노피자가 불과 11개월 동안 두 차례가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원부자재 값 부담'을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 도미노피자 재무제표 상에는 원부자재 값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지난해 밀가루 등 특정 원부자재 값이 오른 것은 맞지만 도미노피자 전체 매출원가는 오히려 전년보다 감소했다. 이런데도 도미노피자는 지난해 3월과 올해 1월, 잇따라 가격을 올리며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그대로 전가시켰다는 지적이다.

도미노피자는 특히 국내 피자업계 1위로 두 차례 가격을 올린 뒤에도 변함없이 대대적인 가격 할인에 나서며 피자 가격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비판을 듣는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본지가 도미노피자를 운영하는 청오디피케이의 지난해 연결 기준 손익계산서를 분석한 결과 매출원가가 1381억원으로 전년 1442억원보다 4.23%(61억원) 감소했다.



한마디로 도미노피자가 지난해 3월과 올해 1월, 11개월 만에 두 차례나 가격을 올리며 '원부자재 값 부담'을 인상 이유로 밝혔지만 실상은 매출원가가 전년보다 더 낮아진 것이다. 매출원가는 제품(피자)를 만드는 데 투입하는 총 비용으로 밀가루, 치즈, 햄 등 원부자재 값이 주류를 이룬다.

도미노피자는 매출원가 뿐 아니라 매출원가비율도 더 감소했다. 이는 사실상 원가부담이 가중된 것이 아니라 더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실제 청오디피케이의 지난해 매출원가비율은 61.94%로 지난해 61.81%로 0.13% 포인트 감소했다. 매출원가비율은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율로 전체 매출에서 매출원가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있는 지표다.

결과적으로 도미노피자를 만드는 데 소요된 매출원가와 매출원가비율은 모두 감소했는데도 도미노피자는 '원자재값 부담'을 이유로 연이어 제품 가격을 올렸다.

◆매출원가 되레 감소했는데 '원부자재값 부담' 늘어 가격 올렸다?

도미노피자의 이런 가격 인상은 '영업이익 감소분'을 만회하려는 수단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상 영업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고스란히 전가한 셈이다. 사실상 피자를 만드는데 사용한 원가 비용은 전년보다 줄었는데도, 영업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가격을 올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도미노피자 매출원가비율은 경쟁 피자업체보다 한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쟁업체인 피자헛의 경우 매출원가비율이 2020년 70.09%, 2021년 68.49%에 달한다. 이는 1000원짜리 제품을 만드는 데 매출원가로 684원 정도를 썼다는 의미다. 그러나 도미노피자의 지난해 매출원가비율은 이보다 낮은 61.94%로 1000원짜리 제품을 만드는데 매출원가로 619원 정도를 썼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도미노피자는 경쟁사 대비 더 낮은 61%대 매출원가비율을 보였는데도, 원가 부담이 크다며 1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2차례나 가격을 올렸다. 특히 경쟁사보다 훨씬 매출원가 부담이 낮은데도 도미노피자의 피자 가격은 경쟁업체 가격과 비슷하다.

피자 업계 한 관계자는 "원부자재 값 상승이 정말로 부담스러웠다면 매출원가가 늘어나는 게 정상인데 도미노피자는 이상하게도 매출원가가 더 줄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원부자재 부담이 가중돼 제품 가격을 올렸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도미노피자, 가격 올린 진짜 이유는 '소비자에 부담 전가' 지적
일부에선 도미노피자가 원부자재 부담이 아닌 영업이익 보전 때문에 피자 가격을 올렸다고 본다.

도미노피자를 운영하는 청오디피케이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59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도미노피자는 이 소폭의 이익 감소를 다른 방식으로 감내하지 않고,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가시켰다는 지적이다.

도미노피자는 지난해 3월에 이어 올 1월 또 다시 피자 10종 가격을 1000원씩 올렸다. 이에 따라 리얼불고기 피자는 2만8900원, 우리고구마 피자는 2만9900원, 포테이토 피자는 2만6900원 등으로 인상됐다.

프리미엄 제품도 마스터 트리플 코스 3만3900원, 치즈 퐁듀 파이어 미트 3만4900원, 블록버스터4 3만5900원 등으로 올랐다.

피자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매출원가비율이 하락했는데도 도미노피자가 판매 가격을 2년 연속 올린 것은 자신들의 영업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시킨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가격 올린 뒤 할인해주는 꼼수로 피자 '가격 질서'만 어지럽혀
도미노피자가 이처럼 마음 놓고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배경에는 특유의 할인 마케팅이 깔려있다는 진단도 들린다.

도미노피자는 국내 피자업체 중 가장 많은 가격 할인 정책을 쓰고 있는데 지난 1월 가격 인상 이후에도 방문·포장 고객에게 30~40% 할인을 해주고, 또 다른 할인 프로모션으로 50%까지 저렴하게 피자를 팔고 있다.


서울 중계동의 한 소비자는 "최대 50% 할인을 해주니 도미노피자는 대체 한 판에 정상가가 얼마인지 모르겠다"며 "가격을 올린 뒤 할인해주는 생색을 낼 거면 왜 가격은 올리냐"고 반문했다.

도미노피자의 이 같은 '선 가격인상, 후 할인' 행보는 피자 가격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프랜차이즈 피자 점주는 "도미노피자 같은 1위 업체가 쉴 새 없이 가격 할인을 해주다보니 이제 피자는 제 돈 내고 사 먹으면 바보 소리를 듣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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