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뒷전 밀린 벤처 복수의결권…중기·벤처업계 "답답하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97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2022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됐다(뉴스1DB)© News1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97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2022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됐다(뉴스1DB)© News1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후반기 국회로 공이 넘어갔지만 여소야대 정국과 여·야간 힘겨루기가 계속돼 개정안 통과가 불투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추경 예산안 본회의 의결이 이뤄지자 한 제조업 기업 대표는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표심 이탈을 우려해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등에 합의했지만 중소벤처기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복수의결권 도입이 담긴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개정안을 두고 한 말이다. 공이 후반기 국회로 넘어갔으나 여·야가 법제사법위원장을 놓고 기싸움을 계속하고 있어 개정안 통과가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1일 관계 기관 및 중기·벤처 산업계에 따르면 차등의결권(복수의결권) 도입을 담은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 심사 계류 중이다.

중소벤처업계는 추경의 경우 지방선거를 뒤흔들 수 있는 표심이 달려 정치권이 합의를 본 반면 기업 관련 제도개선은 민심에 끼치는 영향력이 낮아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서도 혁신 투자를 통해 탈출구를 모색하려던 중기·벤처산업계가 답답함을 호소하는 배경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외부 리스크를 타개하려면 외부투자 유치가 필요하지만 이를 선뜻 결정하기 어려워서다.

기저에는 경영권 방어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자금을 끌어오려면 전환사채(CB) 발행이나 사모펀드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이같은 방식은 경영권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사모펀드 지분율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투자자의 경영권 간섭이 심화될 수 있다. CB의 경우 회사가 상환시기를 놓치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한 투자자가 기업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하는 게 가능하다.

벤처기업법 개정은 이런 여건을 감안해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 지분율이 30% 미만일 때 창업주에게 주당 최대 10배의 의결권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적대적 인수·합병(M&A) 우려를 떨쳐내고 투자유치를 계획하고 있던 일선 관계자들이 법 개정 지연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배경이다.

법 개정이 지연되는 이유에 대한 항변도 나온다. 벤처기업법 개정안이 법사위 심사에 계류된 것은 야당 일부 의원이 대기업 특혜 가능성 등을 거론한 영향이 컸다.

중기·벤처 산업계는 대기업 특혜 가능성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개정안에 따라 공시 대상 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 속하는 기업은 복수의결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또 대규모 자금 유치 후 창업자 지분율이 30% 미만으로 줄어든 비상장 벤처 기업에게만 차등의결권이 부여된다.

이밖에 다른 단서 조항이 많아 결론적으로 대기업 오너가 복수의결권 혜택을 받는 건 불가능한 구조다.
일부 여당 의원이 근거가 부족한 주장으로 법 개정을 가로막고 있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영 중기부 장관 역시 인사 청문회 당시 "발행요건·한도·절차를 강하게 규정하고 있고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주요 의결사항에 대한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며 특혜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이 법은 청년 창업자나 중소기업이 경영권을 보장받으면서 적시에 투자받아 성장할 수 있는 마중물을 만들고자 마련됐다"며 "중소·벤처기업들이 경영권 위협에 대한 걱정 없이 외부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법인 만큼 산업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여·야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