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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꺾이는데 5% 물가 덮쳐…'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커진다

뉴시스

입력 2022.06.01 11:01

수정 2022.06.01 11:01

기사내용 요약
반도체 생산 3.5%↓…2개월 연속 감소세
중국 봉쇄 조치 영향…하반기 수출에 악재
선행지수 10개월째↓…금융위기 이후 처음
6%대 물가 전망도 나와…정부 "대책 마련"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꺾이면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2월 이후 26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31일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2.05.31.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꺾이면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2월 이후 26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31일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2.05.31. yulnet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글로벌 공급망 불안, 중국 주요 도시 봉쇄 조치 등 대외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은 14년 만에 5%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완화하면서 경기 회복 흐름을 이어가려던 정부 입장에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남은 하반기에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이 위축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고물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통계청의 '2022년 4월 산업활동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반도체 산업 생산 지수(계절조정)는 360.0으로 전월보다 3.5%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4월(-9.9%)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최근 2개월 연속 내림세이며 이 역시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우리나라의 주력인 반도체 산업이 주춤하자 같은 달 광공업 생산도 3.3% 감소하면서 7개월 만에 꺾였다. 3%가 넘는 감소율은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2020년 4월(-5.3%), 5월(-7.3%) 이후 처음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내 주요 도시가 봉쇄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현상이 단기적인 조정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실제로 얼마 전 산업연구원은 '2022년 하반기 경제산업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하반기 반도체 수출 증가율을 3.1%로 추정했다. 상반기 증가율이 19.5%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수출 둔화로 해석할 수 있다.

반도체 생산의 경우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19.1%, 9.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찬가지로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생산 증가세는 더뎌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산업연구원은 "반도체는 자율주행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에서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으나, 하반기 글로벌 경기 불안정으로 수출 증가 폭이 축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뉴시스] 산업연구원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2.6%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말 제시한 전망치 2.9%보다 0.3%포인트(p) 하향 조정된 수치다. 올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입액이 크게 늘어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160억 달러에 가까운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산업연구원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2.6%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말 제시한 전망치 2.9%보다 0.3%포인트(p) 하향 조정된 수치다. 올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입액이 크게 늘어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160억 달러에 가까운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대외 변수도 우리 경기 회복 흐름을 제한하는 요소다.

실제로 지난 4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9.3으로 전월에 비해 0.3포인트(p) 하락했다. 최근 10개월째 하락세인데 이는 2007년 12월부터 2009년 1월까지 14개월 연속 하락한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지표상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좋지 않은 시기인 셈이다.

앞으로 경기 국면을 예측할 때 쓰이는 이 지표는 총 7가지로 구성된다. 경기 흐름을 민감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경제지표들을 모아 종합한 것이다.

지난 4월에는 5개 지표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재고순환지표(-2.0%p), 기계류 내수 출하지수(-4.0%), 건설수주액(-10.2%), 수출입 물가 비율(-0.6%), 코스피(-2.0%)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최근 2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경기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경기 전환점 발생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커졌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이 전월보다 0.7% 감소하면서 한 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소비도 2개월 연속 줄었고, 투자 또한 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이 전월보다 0.7% 감소하면서 한 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소비도 2개월 연속 줄었고, 투자 또한 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62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 방역 조치 정상화에 따른 내수 반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소비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탓이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102.6으로 전달보다 오히려 1.2p 빠졌다. 방역 조치 해제가 소비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올해 하반기에도 이러한 고물가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통계청이 발표할 예정인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년 만에 5%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은은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전망했는데, 이를 근거로 추정하면 남은 5~12월 평균 상승률은 5%에 육박해야 한다. 만약 6%대까지 물가가 오르면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6.8%) 이후 처음이다.

나아가 경기 침체 속 물가가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이달 안으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마련해 경제 활력을 회복한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분간 5%대 물기 지표를 보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인위적으로 끌어당길 방법도 없고 무리하면 오히려 다른 경제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가진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민생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하고 앞으로도 상황을 진단하면서 필요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출입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2.05.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출입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2.05.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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