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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경제 타격에 주목받는 리커창, 권력 한계 분명 지적도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01 11:34

수정 2022.06.01 11:34

- 제로코로나 봉쇄로 경제 타격, 연일 발언 강도 높이는 리커창
- 그러나 1인자와 격차는 뚜렷, "시진핑 체제 공고화 흔들리지 않을 것" 의견 많아
2022년 4월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무원 염정(廉政·청렴한 정치) 관련 회의에서 리커창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2022년 4월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무원 염정(廉政·청렴한 정치) 관련 회의에서 리커창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무관용 코로나19 방역 정책인 제로코로나가 경제의 발목을 잡으면서 이를 정면으로 지적한 리커창 총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제로코로나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표적인 치적이라는 점에서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일부에선 권력 서열 1, 2위의 시 주석과 리 총리 사이의 권력 경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다만 시 주석이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절대 관력자라는 점에서 리 총리의 ‘목소리’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의견도 많다.


1일 중국 국무원과 현지 매체에 따르면 리 총리가 상하이 봉쇄 이후 제로코로나 부작용을 꼬집고 나선 것은 드러난 것만 10차례에 근접한다. 그는 지난 4월9일 경제 전문가 및 기업인들과 만나 “현재 세계정세가 복잡하게 변화하고, 국내에서 감염병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돌발 요인’이 예상을 뛰어 넘어 경제의 안정적 운영에 큰 불확실성과 도전을 불러오고 있다”고 밝혔다.

리 총리가 말한 일부 돌발 요인은 상하이와 선전 등에서 발생한 코로나19를 지목한 것으로 풀이됐다. 불과 10여일 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국제정세만 복잡·엄중하다고 했던 리 총리가 국내 현안까지 끄집어 낸 것이다.

이런 태도는 갈수록 분명해졌다. 사흘 뒤인 같은 달 12일에는 “국제·국내 환경에서 ‘일부 예상을 넘어서는 변화’가 나타나 경제 하방 압력이 한층 더 커졌다”고 했다. 일부 변화도 돌발 요인과 마찬가지로 코로나의 확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리 총리 발언은 4월 말에 들어서는 ‘경고’로 바뀌었다. 그는 경제수도 상하이가 물류 봉쇄에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과잉방역으로 “물류를 막지 마라”고 질타했다.

5월 들어서도 “경제 안정을 위해 많은 일을 했지만 성과 내기가 쉽지 않다”는 등 리 총리의 발언은 계속됐다.

이즈음 등장한 것이 리 총리 대망론이다. 시 주석은 지고 리 총리는 뜬다는 ‘시샤리상(習下李上)’이라는 말도 나왔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리 총리의 국무원 회의 발언을 2면 한 면을 털어 소개하거나 각종 외교 소통에 리 총리가 등장하는 횟수를 늘리며 이런 전망의 근거를 제공했다.

리 총리발 ‘소신 발언’의 정점은 이달 25일 열린 경제안정을 위한 전국 화상회의였다. 그는 현재 중국 경제 상황에 대해 “2020년 우한 사태 때보다 더욱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며 제로코로나 집행 방식을 대놓고 비판했다. 지난 23일 “경제를 정상궤도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지적한 지 이틀 만이다. 중국은 ‘코로나19 전쟁에서 승리’와 ‘경제 발전’을 오는 10월 시 주석 3연임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제로코로나는 반드시 지켜야할 강령이다. 하지만 리 총리는 제로코로나 때문에 경제도 망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결국 방역도, 경제도 모두 부정한 셈이다.

이후에도 리 총리는 멈추지 않았다. 26일에는 전염병 예방과 통제, 경제사회 발전에 효과적으로 조정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면서 “여름 식량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경우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외신은 ‘시진핑 원톱 체제’에서 이러한 리 총리 행동을 ‘중국 정치의 변화’로 봤다. 일각에선 원로들의 입김 속에 시 주석의 3연임은 좌절되고 리 총리가 ‘경제 대권’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소문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해석이 설득력이 더 높다. 표면적으로 권력 서열 1, 2위이지만 시 주석의 힘은 리 총리와 격이 다르다. 시 주석은 스스로를 마오쩌둥 반열에 올려놨다. 10월 20차 당대회는 3연임을 넘어 장기 혹은 종신 집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 리 총리는 내년 3월 양회를 끝으로 퇴임한다.

중국 외교 소식통은 “시진핑 체제가 상당히 공고한 상황인데 문제가 몇 개 발견됐다고 해서 바로 리커창 힘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거나 이렇게 보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평가했다.

인민일보가 리 총리는 부각 시킨 것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홍콩 명보는 2018년부터 그렇게 해 온 것이라고 전했다. 리 총리의 늘어난 외교 행보도 퇴임 직전 노출 빈도가 증가하는 일반적인 경향에 따른 것일 수 있다.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가 ‘공동부유’ 정책을 강조한 시 주석의 작년 말 중앙경제공작회의 발언을 실은 것은 시 주석 건재의 증거라는 진단도 나온다.
원로들의 견제설 역시 공산당 중앙판공청이 은퇴한 전직 당 간부들에게 ‘정치적으로 부정한 발언 전파 금지’ 등을 지시하면서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다만 리 총리 부상설 자체가 당 대회를 앞두고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중국 지도부의 현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관측 또한 제기된다.


외신은 “기층에서 정책을 집행하는 많은 정부 관료들은 코로나19 발생을 막으라는 시 주석의 계속되는 강조와 경제를 부양하라는 리 총리의 말 중 어느 것을 들어야 할지 모른다”고 전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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