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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지난지가 언젠데…" 장애인들 참정권 행사 불편에 '한숨'

뉴시스

입력 2022.06.01 14:01

수정 2022.06.01 14:01

기사내용 요약
장애인 단체, 광주 시내 20개소 투표소 현장 점검
경사로, 비좁은 통로, 휠체어 리프트 문제 등 속출
"사람답게 살고 싶어 투표…왜 안 바뀌나" 하소연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열린 1일 오전 광주 북구 임동 제2투표소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투표소로 향하는 경사로를 바라보고 있다. 2022.06.01.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열린 1일 오전 광주 북구 임동 제2투표소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투표소로 향하는 경사로를 바라보고 있다. 2022.06.01.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투표하는데 늘 지적해도 여전하네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1일 오전 광주 북구 서림초등학교 내 임동 제2투표소.

휠체어를 탄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장차연) 소속 장애인들이 입구 계단의 양 옆으로 설치된 경사로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들은 타인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홀로 오를 수 없는 각도의 경사로 탓에 오르기를 주저하는 눈치였다.

도움을 호소하는 듯한 표정으로 해당 경사로를 수 분 동안 바라봤지만 투표소 내 어느 누구도 이들을 보지 못하면서 결국 경사로 진입은 물거품이 됐다.

출구에 설치된 비교적 완만한 경사로를 발견해 이용하려는 순간 투표소 관계자들이 황급히 나와 "입구가 아니다"며 가로 막았다.


이들이 "장애인들의 투표소 이용 실태 현장 점검을 나왔다"고 설명하고 나서야 관계자들은 다소 차분해진 목소리로 이들을 안내했다.

하지만 여전히 출구 경사로를 이용할 수 없다는 설명이 이어지면서 이들은 두 번째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이날 광주장차연 회원들은 제8회 지방선거 장애인 참정권 침해 실태 파악에 나서 임동 제2투표소를 시작으로 지역 곳곳의 투표 현장을 점검했다.

북구 신안동 용봉초교에 설치된 신안동 제3투표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투표소로 향하는 문턱에는 완만한 경사로가 설치돼 있었지만 정작 투표소 내부로 들어가는 출입문이 협소해 휠체어의 방향 전환이 어려웠다. 출입문은 오른 편만 열려있는 상태였다. 일반 휠체어보다 부피가 큰 전동 휠체어의 경우 출입문에 꽉 끼기도 하는 등 난감한 상황이 이어졌다.

투표소 관계자는 "일반 유권자들이 한 줄로 서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문을 좁게 만들었다"며 "장애인들이 오는 경우 문을 크게 개방한다"고 해명했다.

문을 양 쪽 모두 개방한 채 질서 전담관리 인원을 두는 것이 어떻냐는 질문에는 "인력이 없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비좁은 투표소 내부에는 20여 명의 투표사무원, 참관인들이 앉은 채 이 모든 상황을 지켜 보고 있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열린 1일 오전 광주 북구 오치1동 제1투표소에서 한 노인이 보행기를 이용해 경사로를 내려가고 있다. 2022.06.01.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열린 1일 오전 광주 북구 오치1동 제1투표소에서 한 노인이 보행기를 이용해 경사로를 내려가고 있다. 2022.06.01. leeyj2578@newsis.com

사전투표 현장에서도 장애인들의 참정권 침해 실태는 여전했다. 이들이 지난달 27일 방문한 오치1동 행정복지센터 내 오치1동 제1투표소에서는 경사로 문제가 제기됐다. 경사로 끝에 위치한 투표소에 도달하기 위해 전동 휠체어는 가다 멈춰서는 아찔한 조작을 반복해야 했다.

본 투표가 진행된 이날에도 변한 점은 없었다. 보행기를 이용하며 방문한 어르신이 경사로를 내려가다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린 듯 내달리는 아찔한 상황도 펼쳐졌다.

서창동 제1투표소가 마련된 행정복지센터는 경사로 대신 장애인들이 이용을 기피하는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돼있었다. 200~300㎏의 하중을 견딜 수 있지만 사람의 체중과 휠체어의 무게가 합쳐질 경우 이를 넘어서 안전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광주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날 조사한 20여 곳의 투표소와 사전 투표날 조사한 곳 등 총 54개 투표소 현장의 장애인 참정권 침해 실태를 정리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배영준 광주장차연 활동가는 "대선 이후 지적했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지방선거에서 다시 반복되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유권자로서 권리를 갖고 투표를 하는데 신체적으로 불편하다는 이유로 불평등한 경우가 벌어졌다"며 "선관위는 장애인들을 포함한 교통 약자들에게 경사로만 놓아주면 끝이라는 생각을 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표소가 설치되는 공공시설 내 장애인 편의시설 문제는 선관위의 영역을 넘어선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우리는 투표할 때만 장애인이 아니다.
장애인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투표를 하는 만큼 행정당국과 정치권은 장애인들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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