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지역문화와 산업화 갈등이 공존하는 울산, 문화도시로" [로컬 포커스 공공기관장을 만나다]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01 17:51

수정 2022.06.01 17:51

출범 7년 지역 문화예술 주도
김정배 울산문화재단 대표
광역자치단체 첫 문화도시 추진
회복·포용·창조·교류 가치 추구
자연자원과 어울린 새문화 창조
처용문화제·에이팜 등 축제 주도
예술계 창작·지원사업도 활발
김정배 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지난달 31일 자신의 집무실 책장에서 서적 한 권을 꺼내 읽고 있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역사학을 가르친 서양 현대사 전문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지만 부산에서 대학교수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울산지역 문화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하고 관여해 온 '문화 학자'이기도 하다. 사진=최수상 기자
김정배 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지난달 31일 자신의 집무실 책장에서 서적 한 권을 꺼내 읽고 있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역사학을 가르친 서양 현대사 전문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지만 부산에서 대학교수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울산지역 문화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하고 관여해 온 '문화 학자'이기도 하다. 사진=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김정배 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반구대 암각화 등 민족적 전통문화와 1960대 공업화로 시작된 산업노동문화, 각지에서 유입된 이주민들과 그들의 다채로운 지역문화, 천혜의 자연자원을 갖춘 곳이라고 울산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 울산시가 지향하고 있는 '문화도시'는 이 같은 요소를 시민의 생활 속에서 창조적으로 녹여내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그가 이렇게 진단하는 이유와 울산 문화의 특성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 현대사 갈등 구조가 잠복해 있는 울산

김정배 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64· 사진)는 올해 3월 2일 제4대 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김 대표는 부산대 사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양 근현대사, 냉전시대 전문가로서 대학에서 강의했다. 사학자이지만 울산에서는 오히려 '문화 학자'로 평가된다.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문화도시울산포럼 이사장, 울산시 문화도시추진위원장, 울산문화재단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울산의 문화·예술과 관련 정책에 대해 오랫동안 관여해왔다. 약 20년 전 박맹우 전 울산시장 시절 정책연구소를 만들어 지인들과 활동했던 게 시작이었다.

그러다보니 울산문화재단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방향성은 뚜렷하다. 대표직을 맡은 뒤 '회복', '포용', '창조', '교류' 등 4가지를 핵심가치로 삼았다.

'회복'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아픔을 겪어야만 했던 울산사람들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김 대표는 "산업단지 조성으로 고향을 떠나 이주해야 했던 당시 울산 사람들은 전통적인 삶과 단절되면서 내상을 입었고, 또 직장을 찾아 울산으로 온 전국 각지의 수많은 객지인들도 울산에 정착하면서 문화적 충돌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며 "출신지역간 갈등과 노사대립 등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볼 수 있는 아주 다양한 모순과 갈등구조가 울산에는 잠복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사람과 문화에서 빚어졌던 울산지역 내 차별과 갈등, 모순적 사회구조에 대해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포용'이다"라고 설명했다.

'창조'와 '교류'는 울산 역사, 문화, 지리적 특성과 관련 있으며 울산문화재단의 다양한 사업들과 연계돼 있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특히 대표 축제로 알려진 '울산아시아퍼시픽뮤직미팅(Ulsan APaMM 이하 에이팜)', '태화강공연축제 나드리', '처용문화제', '울산국제영화제'는 이를 잘 나타내는 사업이라고 밝혔다.

처용문화제는 올해로 56회째를 맞고 있는 대표적인 울산의 축제이다. 에이팜은 아시아 태평향 전체 지역의 음악을 울산에서 연결하는 글로벌 뮤직 페스티벌이다. 나드리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공연문화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행사이다.

김 대표는 "신라시대 국제무역항인 울산은 전통적인 국제도시로, 멀리 아라비아까지 연결되고 전쟁과 무역교류로 수시로 일본 문화와도 충돌을 빚는 늘 역동성이 존재해온 도시"라며 "울산이 가진 이러한 역동성은 창작활동으로 이어지고 국내 교류뿐만 아니라 국제 교류로 확대되면서 울산을 국제도시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또 "울산이라는 지역 전통과 역사, 산업화에 따른 모순적 사회구조와 갈등, 자연조건인 해양과 태화강, 영남알프스는 울산만의 차별성이자 특성이고 여기서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힘 즉, 울산만이 가진 저력이다"라고 말했다.

■ 울산의 역동성은 창작의 밑거름

여기에다 김 대표는 출범 7년차라는 짧은 세월 속에서도 지역 문화예술계를 주도하며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울산문화재단의 역할과 기능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문화재단은 '예술가 중심 창작환경 조성' 분야 9개 사업, '문화도시 울산으로 도약'을 위한 12개 사업,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예술' 분야 9개 사업을 해마다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어려움이 컸던 예술인들 위해 생활안정 융자 이자 지원, 예술인들의 공연과 전시 지원, 예술단체 뿐만 아니라 65세 이상 예술인을 위한 지원, 전통문화단체 지원까지도 시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창작을 위한 거점공간 지원, 창작장려금 지급, 공연장 및 대관료 지원, 거리공연 지원 등 다양하다.

다만 김 대표는 "예술 쪽에 종사 하시는 분들까지 울산문화재단이 기능과 역할에 대해 잘 모르거나 오해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며 아쉬움점을 밝혔다. 그러면서 "홍보 부족이 원인일 것인데, 인력과 예산 등이 보다 확대되면 이같은 문제는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울산시는 광역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문화도시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예비문화도시 지정을 받은 상태며, 오는 12월 최종 결정이 내려질 예정이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문화도시 지정은 현재까지 기초자치단체만 되어 있는 데 울산은 시범 케이스"라며 "광역단체인 울산시가 용기 있게 도전한 만큼 문체부가 좋은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uls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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